충칭(重慶)시가 보시라이(薄熙來) 실각 이후 측근 솎아내기와 함께 색깔 지우기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보 전 서기가 구속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설이 전해지면서 그의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장더장(張德江) 국무원 부총리는 충칭 시 신임 서기로 발령나자마자 보 전 서기의 색깔 지우기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장 서기는 19일 충칭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앙과 사상 통일을 이뤄야 한다”면서 보 서기의 ‘충칭모델’ 부정에 나섰다.
그에게 충칭 모델은 크나큰 부담이다. 현지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충칭모델은 보 서기의 진한 정치 색깔이 배어있어 이를 용도폐기 해야 하지만 이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해 민심을 얻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보 전 서기가 추진했던 범죄와의 전쟁 역시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다. 그의 재임시절 범죄와의 전쟁 때문에 많은 조직폭력배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부패에 연루된 관료들도 옷을 벗었다. 이는 여론의 지지를 얻기도 했지만, 보시라이와 그 측근들이 무소불위의 사법권을 휘두르며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정적 제거에 이용했다는 비난도 들끓었다.
충칭 시 정법위 서기 류광레이(劉光磊)는 17일 “우리가 했던 일을 진지하게 반성해야 하며 효율적인 일은 견지하고 원칙에 위배된 것은 과감히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를 반면교사해 사법의 공신력을 높이고 당과 국민을 안심케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보시라이 서기 시절 홍색가요 부르기의 주요 무대였던 충칭 다리탕(大禮堂) 광장에서는 노랫소리가 사라졌다. 보시라이 서기의 해임이 결정된 15일 이 광장에 홍색가요를 금지한다는 푯말이 나붙었다. 주변 지역 주민들의 업무와 휴식을 방해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뿐만 아니라 18일부터 베이징 징산(景山)공원에서도 홍색가요 대회가 금지됐다. 이 공원에 있었던 마오쩌둥 초상화와 현판도 자취를 감췄다.
한편 실각 이후 자취를 감춘 보 전 서기가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그의 정치 운명에 다시금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20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복수의 중국 공산당 소식통을 인용해 보 전 서기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으며 완전히 실각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의하면 보시라이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출석한 후 베이징에서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간부로부터 ‘쌍규(雙規)’를 통보받았다. 쌍규는 당 감찰기구가 비리 혐의 당원을 특정한 장소에 가둔 상태에서 조사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형사 수사 절차상의 체포나 구속이다.
보시라이의 신병이 조만간 베이징 외의 지방 도시로 옮겨져 본격적인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정보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수뢰와 직무태만 등 4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변호사 사무실을 했던 부인과 관련된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진타오 정권에서 쌍규로 조사를 받은 당 간부의 대부분이 기소돼 징역형 이상의 판결을 받았으나 일부는 형사책임을 모면한 사례가 있는 만큼 보시라이의 정치적 지위는 아직 유보적이다.
미국에서 발행하는 중국어 신문 다지위안은 보시라이 전 서기의 처분 문제를 놓고 중국 지도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보 전 서기를 지지하는 저우융캉(周永康) 공안·사법 담당 상무위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