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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레슨 스타 정우재 USGTF 프로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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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재 프로가 자신의 연습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연습장에 들어서자 훤칠하고 살결이 흰 미남 청년이 반갑게 인사했다. 신장 185cm의 패션 모델같은 풍모의 정우재 프로는 올해 29세로 구력 15년에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코리아의 마스터 프로였다.

정 프로는 유튜브에서 금방 검색되는 유명인이다. 4년 전에 개설(2015년12월26일)한 유튜브 채널 ‘정프로의 클라쓰’는 3월20일자로 4만2977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누적 뷰어수는 무려 1004만회를 넘었고, 한 편당 5분에서 10분 사이의 레슨 영상이 290여 편 이상 있었다.

4년 만에 뷰어수 1004만 건
가장 많은 구독자를 낸 영상은 2년여 전에 올린 ‘돈 따먹는 스크린 퍼팅라인 공식의 비밀’로 뷰어수가 무려 71만5887건이 넘었다. 28분간 진행된 이 영상은 라이브로 진행되어 독자들의 실시간 질문에 답하면서 만든 레슨이다. 순발력과 함께 치밀한 내용 구성이 돋보였다.

물론 그 역시 처음부터 유튜브 레슨에 능숙하지 않았다. 처음 레슨을 제작할 때는 촬영 노하우나 위치 선정, 진행이 모두 서툴렀다. 하지만 꾸준히 내용을 올렸고 2016년11월30일에 올린 ‘클럽 헤드 던지기’라는 레슨에서 대박이 났다. “임팩트 구간을 지나면서 클럽을 던지라는 내용을 하고 실제로 아이언을 던졌습니다. 그걸 계기로 구독자가 급속도로 늘었죠.” 스크린 화면으로 클럽을 던지는 파격적인 액션과 레슨에의 열정이 이신전심 통했다. 그 영상은 누적 뷰어수 45만 건을 넘는다.

강서구 내발산동의 발산역 인근 아파트촌에 실내 연습장 서서울골프스쿨을 운영하지만 그는 동네 연습장 프로 수준을 뛰어넘는다. 80명 정도 회원이 끊임없이 오가며 타석을 채웠다. 동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레슨 받으러 오는 회원도 있다고 은근이 자랑한다. 유튜브 영상을 본 골퍼들이 지방에서 찾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울산에서 오신 분은 근처에 모텔 잡아두고 3박4일간 배우셨고, 해남에서 오신 분은 1박2박 레슨을 받으셨죠.”

정프로는 혼자하는 레슨 영상 외에 필드 영상도 유튜브에 올린다. ‘어썸브로’라는 유튜브에 구독자는 5천여명이다. 어썸브로는 프로인 친구들과 필드 라운드 대결을 벌이는 영상이다.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하고 편집하는 동영상인데 은근히 재미있다. KPGA의 김승용, 권두욱 프로와 함께 골프장을 순례하면서 경기하는 1시간 미만의 영상인데 짜임새 있고 카메라 움직임도 좋다. 젊고 잘생긴 프로들이 시원시원한 샷에 코믹한 조크를 버무려 대결하는 전개는 시트콤을 연상시킨다.

플라자CC용인에서는 지투어 통산 9승의 시뮬레이션 골프 스타 최민욱을 초청해 함께 촬영하기도 했다. 홀을 지나면서 벙커에 빠지거나 더블보기를 했을 때 벌칙을 정해 한 번 실수할 때마다 2천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등 자선 활동도 겸한다.

동영상 촬영 전문가가 있어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프리미어 등 편집 프로그램을 배웠다고 했다. 개인 레슨을 할 때는 조명도 설치하고, 화면에서 동영상을 구현하는 모션 그래픽도 꽤나 다룰 줄 안다. “유튜브가 나중에는 지상파나 다른 컨텐츠 시장 이상 발전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훨씬 쉬운 제작방식에 다양하게 컨텐츠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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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재 프로가 유튜브로 실시간 레슨을 진행하는 모습.


중2 시절에 외국서 접한 골프
중학교 2학년 때인 2004년에 뉴질랜드로 영어 공부를 위해 유학간 골프와의 만남이었다. 부모나 가족 중에 골프를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는 TV에서 우연히 타이거 우즈의 모습을 본 뒤로 골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부친의 지인이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의 네 번째 도시 해밀턴에서 파3 코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골프채를 처음 접한 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 파3 코스는 한국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 아니어서 그는 혼자서 독학하듯 골프를 배웠고, 두 달 지나 처음으로 18홀 라운드를 했는데 당연히 백타가 넘었다. 오기가 생겨서 골프에 더 몰두하게 됐고, 골프 서적이나 연습장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곁눈질로 물어 골프를 배우면서도 실력은 좋아졌다. 그렇게 자연스레 골프 선수를 꿈꿨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손목을 다쳐 재활 상태에 있었는데 지인으로부터 ‘어차피 골프로 진로를 잡을 터이니 티칭 자격증이라도 따두라’는 권유를 받아 뉴질랜드에서 USGTF 시험을 봤다. 당시 뉴질랜드는 한국 본부에서 관할하고 있었다. 평가자와 함께 코스를 돌았는데 3언더파를 쳐서 거뜬하게 통과하고 자격증을 따냈다. 뉴질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컨트리클럽(해밀턴CC)에서 스무살에 6언더파 66타가 인생 베스트 스코어다.

대학은 뉴질랜드를 벗어나 호주 골드코스트에 있는 그리피스 대학을 다녔다. 이미 USGTF자격증이 있는 터라 지인과 주변인들을 레슨하면서 대학 2학년 때 군 입대를 위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타이거 우즈를 보고 골프 선수를 꿈꿨던 그는 대학 시절엔 골프 대신 다른 타이거에 빠졌다. 드렁큰타이거의 힙합 음악에 빠진 것이다. “2011~12년에는 JK김동욱(드렁큰타이거)과 같은 가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군대 갈 때까지 그리고 21개월 만기 제대 후에 한 동안 음악을 하려고 했고요.”

하지만 음악은 결국 취미로 남았고 생계는 골프로 실마리가 풀렸다. 2014년 3월부터 화곡동에 타석 6개가 있는 실내연습장에 레슨 프로로 들어갔다. 나이는 어리지만 오랜 티칭 경험에다 싹싹한 말투와 실력이 인정받았다.

유튜브 레슨과 함께 실력을 키우는 노력도 많이 한다. 타이틀리스트 TPI 레벨 2단계를 수료했고, 3년 전부터는 총 33명인 팀테일러메이드 소속 프로로 있다. 여기서 용품과 볼, 의류 등을 지원받는 브랜드 앰베서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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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크린 타석에서 다양한 유튜브 골프 레슨 방송을 만들어낸다.


1년만에 자신의 연습장 일궈
그는 일년 정도 지나 지금의 연습장을 직접 낼 정도로 사업 수완이 좋았다. 타석 9개에 개인 레슨을 위한 공간인 GDR 타석이 있고 연습장 회원들이 재미삼아 하는 스크린 골프방도 하나 들어가 있는 100평 규모의 공간에 교습가(김재원 프로)와 둘이서 꾸려나간다.

골프 교습을 하면서 정 프로는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할까? “기초 체력이죠. 체력, 유연성, 정적인 동작 기초가 좋은 골프의 핵심이죠. 골퍼들에게 가르칠 때 스쿼트, 플랭크, 악력기를 의무적으로 시킵니다. 스쿼트는 하체 힘을 키워주고 플랭크를 통해 근지구력과 코어를 강화시키는 전신 운동이 되고, 악력기를 통해 손목의 힘을 키워줍니다.”

사회에 처음 발을 디뎌 골프 프로가 됐을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유튜브 방송을 하고, 골프 케이블 방송에도 출연하고 잡지에도 나갔다. 9년 전에 취득한 USGTF자격증을 2년 전에는 마스터 등급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도 했다. 구력 15년인데 핸디캡 2의 실력자다. 한국에 돌아와서 기록한 최소타는 용인 해솔리아GC에서 기록한 4언더파 68타다.

그는 최근 왼쪽 어깨를 많이 써 수술을 받았는데, 재활을 마치는 대로 유튜브 레슨을 이어갈 생각이다. 몸이 완쾌되면 올해는 2부 투어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올 가을에는 레슨 서적을 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서른이 되기 전에 15년간 이룬 것 치곤 꽤 만족한 삶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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