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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은 만남뒤 생사도 모르는게 더 잔인해”
60년 기다려 6일 만나고…다시 기약없는 이별속으로
이산가족 7만명 매년 4000명사망
부모·형제보다 사촌이 더 많아
상봉정례화하고 규모도 늘려야

[금강산공동취재단=신대원ㆍ원호연 기자] 벌써 이별이다. 60년을 기다렸는데 6일 만에 끝이 난다. 그리움은 아쉬움으로 변했다. 애초에 뻥 뚫리길 기대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먹먹했던 가슴엔 이제 휑한 바람이 분다. 안타까움이 더해 가는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이기도 하다.

이산가족들은 25일 오전 1시간의 작별상봉을 마치고 금강산을 떠나 남쪽을 향했다. 짧고도 짧은 작별상봉 후 남쪽을 향하는 버스 창문을 두고 서로 사는 곳이 다른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설레였던 마음 대신 살아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서러움이 몰려 왔다. 

여동생 이선우(80)ㆍ은우(74) 할머니를 만난 북측 리형우(81) 할아버지는 “앞으로 많이 살아야 3년이나 살겠나. 너희를 언제나 다시 만나겠나”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두 여동생은 “오빠 오래오래 살 거야. 요즘 80살 넘게 사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위로했다. 하지만 침울한 분위기를 떨치진 못했다.

지금까지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모두 12만9264명. 이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5만7784명이 가족을 만나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특히 지난해에만 3841명이 사망하는 등 연평균 3800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세상을 뜨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사망한 부모나 형제자매 대신 사촌형제나 조카를 만날 수밖에 없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1차 남측 상봉단 82명 중 3촌관계 이상이 20명이었고 2차 북측 상봉단 88명 중에는 14명이 3촌 이상이었다. 이산가족 없는 이산상봉을 하게 될 판이다.

남북 이산가족은 줄잡아 7만명이다. 한 번에 100명씩 매달 만나도 60년 가까이 걸린다. 상봉 규모를 대폭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봉행사를 진행하는 방식도 문제다. 각 상봉단마다 2박3일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정작 그리웠던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11시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2시간씩 6번의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했다. 만난 시간은 모두 합쳐도 반나절이다. 상봉행사에 참여했던 가족들은 입을 모아 “금강산 구경 안 해도 좋으니 같이 먹고 자며 원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화상 상봉을 재개하거나 서신 교환 등 직접 상봉 외에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 줄 다양한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많은 이산가족들이 “한 번 만났다 헤어지고 나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건 더 잔인하다”며 “편지라도 주고받게 해 달라”고 말한다. 지난해 9월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전체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남북 양측이 이산가족들의 생사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한데 모은 시스템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산가족들의 잦은 교류가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북한 당국을 설득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협력적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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