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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의 봄, 이제 몸을 푸는가
3년4개월만에…오늘 남북이산가족 상봉
대북지원-금강산관광 재개
北 핵포기 선순환이 해법

남북,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해빙위한 밑그림은 이미 구축

상대 존중 무리한 요구 삼가고
작은것부터 실천 신뢰 쌓아가야

눈 속에 꽃이 피고 있다. 고비에 고비를 넘긴 이산가족 상봉이 20일 드디어 이루어졌다. 무려 3년4개월 만이다. 얼었던 남북관계에 해빙 무드가 감돈다. 박근혜정부와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남측 이산가족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은 이날 강원도 속초를 출발해 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금강산에 들어갔다. 거기엔 178명의 북한 가족들이 기다린다.

금강산에 쏟아진 폭설과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만든 병마도 혈육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을 막지는 못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에 훈풍을 몰고 올 신호탄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 시대에 풀어야 할 남북 간 신뢰구축의 첫 걸음이다. 

2014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된 20일 남측 대상자 집결지인 속초 한화콘도에서 장춘(82) 할아버지가 출발을 위해 버스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선순환 청사진은 이미 그려져 있다. 굶주린 북한 주민들을 위한 대북지원이 재개(5ㆍ24조치 해제)되고, 금강산에 다시 관광객이 넘치고, 핵개발이 폐기되는 과정이다. 인도주의가 경제를 거쳐 정치 군사 문제를 푸는 방정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적 기대가 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한ㆍ미 군사훈련과 상관없이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남북 간에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문제를 분명하고 투명하게 밝히고 약속한 부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시선은 대선공약이기도 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본격적인 가동 쪽을 향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이미 우리 정부는 연초 업무보고를 통해 남북한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비롯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건립,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등 청사진을 제시했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이번 이산상봉 추진 과정에서 한ㆍ미 합동군사훈련과 연계시키지 않는 ‘통 큰 양보’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인 핵 문제만은 논의하지 않겠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산상봉 이후 남북관계는 묘수 짜내기에 달렸다.

대북지원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남북이 어떤 묘수로 명분과 실리를 주고받을지에 따라 좌우된다. 오버해서 판을 깨면 안 된다. 모자라서 국민정서를 충족시키지 못해서도 안 된다.

전문가들은 이산상봉을 계기고 모처럼 조성된 남북관계 유화국면을 살려서 한반도의 봄을 가져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결국 이산상봉 이후가 문제”라며 “북한은 지난해 5ㆍ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입장을 분명히 밝혔는데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러한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남북 모두 지금의 대화국면이 깨지면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모처럼 조성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또다시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얘기는 이산상봉을 정례화하자는 것인데 5ㆍ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유연화가 담보돼야 가능하다”며 “키리졸브만 잘 넘기면 남북관계 진전의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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