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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4인 진단] 北 잇단 대남대화 공세 이유는?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7년만인 남북 1차 고위급접촉에 이어 14일 2차 고위급접촉을 먼저 제안해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국방위 중대제안 및 공개서한 등을 통해 유화제스처를 보낸데 이어 본격적인 대화공세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구축과 외부적으로는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선차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나름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 같은 대화공세에 보다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남북 모두가 대화가 깨지면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달 국방위 중대제안을 한 이후 그 연장선상에서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깨지면 남북관계는 상당히 오랫동안 경색될 수밖에 없다.

국방위 중대제안 이후 노동신문은 대결의 악순환을 끝내자고 했는데,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에 대비해 남북관계에서 대결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남북관계를 풀고 싶은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대외관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먼저 풀어야한다는 필요도 있다.

북한이 1차 고위급접촉 때 5·24 대북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이산가족과 금강산관광 등을 연계시켰는데 그런 연결고리 없이 나왔다는 것은 남북관계를 큰 틀의 차원에서 풀자는 것이다. 자잘한 것이 아닌 큰 문제부터 풀자는 것이다.

다만 이산가족 문제와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시키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무산 내지 연기시킨다면 과거와 똑같은 행태로 돌아가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북한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 크게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진행할지가 기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남북 고위급이 만났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쪽 모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남북간 고위급접촉이 재개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북한은 2차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일단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요구한 한미 군사훈련 연기와 관련해 한국이 양보할 수 있는지 탐색하려 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적 고립 타개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과 잘 풀어야 중국, 미국과 관계 개선하는 길로 나갈 수 있다. 중국도 장성택 처형 이후 기분 안 좋은 상태고, 북중관계도 이전만 못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2차례 남북 고위급접촉을 통해 미국과 중국에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효과도 어느 정도 거뒀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은 일단 현재 대화국면의 판 자체는 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 당장 판을 깨지는 않겠지만 한미 군사훈련과 관련해 우리측 태도에 따라 변화를 보일 수 있다. 일례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 등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끝나는 4월 이후로 미루자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북한이 1차 고위급접촉 때 금강산관광 재개나 5·24 대북조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우선 정치·군사적 사안 논의에 집중하고 경제문제는 나중으로 미루려는 의도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개인적으로 북한이 지난 달 보낸 국방위 공개서한에서 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 제1위원장, 군 최고사령관 등 김정은의 3대 직함을 모두 언급하면서 최고지도자의 특명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최고지도자의 특명에 따른 것인 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쉽게 넘어갈 수 없다.

북한의 외국주재대사들이 인터뷰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중대제안의 진정성을 강조한데 이어 마지막으로 꼭지점을 찍는 차원에서 남측을 상대로 관계개선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특명을 관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야하고 명분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 군사훈련과 관련해 처음에는 중단하라고 했다가 국방위 중대제안에서는 미국이나 한반도에서 벗어난 곳에서 하라고 했다가 이번에는 연기하라고 했다. 입장이 후퇴한 것이다. 그만큼 최고지도자의 특명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최고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수령으로서의 지위를 세우기 위해, 유일적영도체계 구축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최고지도자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만큼 좋은 것도 없다.

경제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통일이라는 김일성, 김정일 유훈 관철이라는 측면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은 수령의 위업으로 선전하기 좋은 소재다. 대내정치적인 의미가 크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북한으로서는 이산상봉 합의하고 선의를 가지고 인도적 사안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남한은 자신들을 겨냥해 군사훈련 벌인다고 비난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대화 제의로 손해 볼게 없다. 핵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이 중국과 동맹이긴 하지만 군사훈련은 같이 안하는데 남한은 미국과 대규모 군사훈련 벌이니깐 핵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도 핵 포기해라, 그럼 한미 군사훈련 안하겠다는 식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올해는 어쩔 수 없다면 북한이 핵 포기하면 내년부터는 안하겠다고 하면 된다. 하지만 군 인사들이 안보분야 키를 잡고 있다 보니 한미 군사훈련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이런 식으로 하면 불량국가, 깡패국가 북한을 어떻게 다루겠느냐. 북한이 10개 말할 땐 1~2개 합리적인 것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적극 받아야 한다.

2년 정도 지나면 북한이 실질적인 핵 능력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데, 핵 가진 불량한 북한은 더욱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북핵문제는 당장 해결은 못한다면 우선 동결이라도 시키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야한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대화하자는 것은 북한이고 우리는 소극적으로 비춰진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날짜만 좀 변경하라는 것인데,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문제가 되면 이틀만 연기하면 된다. 외부에서 볼 때 우리 정부가 북한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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