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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호 이해 증진 ‘절반의 성공’…대화채널 복원 출발점 제시
7년만에 만나 빈손으로 끝났지만…南北 고위급접촉, 무엇을 남겼나
14시간 마라톤협상…전반 상호입장 교환
남측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소상히 전달”
북측 “韓美훈련 이산상봉 이후로 연기를”

공동보도문 무위로…후속 일정도 안갯속
악수도 나누지 못한채 연락관 통해 종료
의제설정 없는 탐색전 탈피 향후 과제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대화인 12일 남북 고위급 접촉은 합의문이나 공동보도문도 내지 못한 채 무위로 끝났다.

다만 남북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직보’가 가능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과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교량삼아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해 “북측의 의도는 확실히 알았고, 우리도 북측에 대해 원칙을 확실히 설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리 측에서는 청와대, 북측에서 김 제1위원장 직계라인인 통전부와 국방위 사람들이 나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이같이 전했다.

박근혜정부 첫 남북 고위급 접촉의 우리 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규현(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
의 사무처장이 북측 수석대표인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부]

남북은 전날 판문점에서 열린 고위급 접촉에서 2차례의 전체회의와 2차례의 수석대표 접촉 등을 통해 14시간의 마라톤 협상을 이어가며 남북관계 현안 전반에 대한 상호 입장을 교환했다.

수석대표 접촉이 잇따라 열리고 대화가 길어지면서 한때 공동보도문이 도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남북 대표단은 악수도 나누지 못한 채 연락관을 통해 회의 종료를 선언하는 데 그쳤다.

남북은 키리졸브 등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둘러싸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고위급 접촉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북한은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는 내내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최고존엄’ 모독과 비방·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이산가족상봉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특히 최고존엄 모독과 관련해 김 제1위원장이 최근 평양의 육아원·애육원에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있는 방에 구두를 신은 채 들어간 장면을 비판한 우리 언론의 보도를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소위 최고존엄 모독과 언론 비방·중상에 대해, 그리고 키리졸브에 대해 얼마나 크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비롯한 대북정책의 원칙을 설명하면서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를 군사적 사안과 연계해서는 안된다는 점과 정부의 언론 통제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 대북정책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남북이 가시적 결과물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고위급 접촉은 남북관계가 단절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고위급 대화채널 복원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후속 일정을 잡지는 못했지만 남북은 고위급 접촉에서 논의된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남북이 대화채널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첫 고위급 접촉인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라며 “남북 고위당국자 간 만남을 통해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 의중을 확인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고위급 접촉은 적잖은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북한이 애초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관계 제반 사안을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에 따라 공개회담 형식을 띠었다.

하지만 언론 취재가 봉쇄된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공개되던 남북 수석대표의 모두발언 등 남북 간 모든 논의사안이 철저히 차단되면서 사실상 비공개 물밑접촉과 다를 바 없이 진행됐다.

의제 설정도 없이 무작정 만나다보니 탐색전에 장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마라톤 협상이 불가피했다는 점도 향후 개선점으로 꼽힌다.

신대원·원호연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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