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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ㆍ中, 대일 공조는 찰떡궁합, 대북 인식은 거리감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한ㆍ중 양국 외교안보 최고위급이 처음 만난 고위급 전략대화는 동북아 지역이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합종연횡의 장임을 재확인했다.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18일 청와대에서 회담을 갖고 북핵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동북아 지역 정세와 국제 안보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 측은 상호간 전략적 이해가 달린 북핵문제와 대일 관계에 대한 심도깊은 대화를 나눴다.

북핵문제에 있어서는 일단 기존의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 하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상호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바탕으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룩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나가자”며 6자회담의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난 지난 6월 및 10월 한ㆍ중 정상회담과 그동안 6자회담 관련 협의에서 나온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다만 양측은 6자회담의 재개 조건 및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되도록 이른 시기에 6자 회담을 열자는 중국에 비해 “시기보다 여건이 중요하다”는 우리 입장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김 실장이 중국을 방문해 이번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하면서 6자회담과 관련해 우리정부가 중국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최근 미ㆍ중 간 6자회담 재개조건을 두고 급속한 진전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이자 우리 정부는 한국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미ㆍ중 간 타협이 이뤄질 것을 우려해 왔다. 조태용 평화교섭본부장이 “북핵문제에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나서겠다”며 견제에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 중국과 직접 교섭 창구가 마련되면서 북핵문제에 최대 이해관계자로서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일본 문제에선 한ㆍ중 공조가 찰떡궁합을 보여줬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양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기 위해 중국 헤이룽장성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 현장에 표지석을 세우는 계획에 대해 “양국의 협력 아래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양 위원도 “원활한 추진에 만족한다”고 화답했다.

이는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로 한ㆍ중 양국과 동시에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에 대한 공통의 경고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우리 정부가 직접 일본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지만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점철된 근대사 문제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일본의 고립을 강조한 것.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양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우려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동북아에서 강한 역할 하려는 아베 정권이 흥분되고 기쁘다”고 밝히는 등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긴 것이 양국 정부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추진 방향에 대해 밝히라”는 주변국의 요구에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미리부터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 양국은 마뜩치 않을 수 밖에 없다.

한 외교 전문가는 “변화하는 한ㆍ미ㆍ중 삼각관계는 이념이 아니라 국익이 지배하고 있는 국제 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우리 정부도 철저한 국익 중심의 외교로 전환할 때”라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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