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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학자들은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버트 스타빈스의 An Economic View of the Environment]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경제학자들은 환경에 대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는 이 첫 칼럼에서 세 개의 유명한 신화를 살펴봄으로써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보편적 시장의 신화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는다는 신화가 있다. 실제로 후생경제학의 핵심 법칙은 특정한 조건만 충족되면 민간시장이 정부의 개입 없이도 그 자체로 완전히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조건을 명확히 밝힌다면, 그렇지 않은 조건도 파악할 수 있다. 민간시장은 공공재화, 외부효과, 독점적 매수인이나 매도인, 규모수익체증, 정보 문제, 거래 비용, 세금, 공유 재산이 전혀 존재하지 않고 그 밖에 매수인이 지불하는 비용과 매도인이 얻는 편익 간에 그 어떤 왜곡도 없을 경우에만 완전한 효율성을 가진다.

이 조건들은 매우 제한적이고, 전부 충족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 결과 시장이 “실패”할 때도, 위 법칙이 길잡이가 된다. 필자와 같은 환경 경제학자들은 생산자 혹은 소비자가 상품의 생산이나 소비에 따른 특정한 결과들을 고려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오염 또는 다른 외부효과들에 주목한다. 시장을 자율에 맡기면, 오염은 심해지고 깨끗한 대기는 부족해져 공공 복지를 극대화할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자유방임적 시장은 시장 실패와 외부 효과들로 인해 효율적이지 않다. 즉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이 입증된다. 사실 환경 분야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장이란 당연한 것이 아닌 예외적 상황이다.

단순한 시장 해결책의 신화

두번째 신화는 경제학자들이 항상 시장 문제들에 대해 단순한 시장 해결책만 권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이 새로운 시장을 도입하는 식으로 기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모색하기도 한다. 오염으로 인해 대규모의 외부 비용이 발생할 경우, 한국에서 온실가스의 경우에 존재하는 것처럼 정부가 이른바 배출권 거래제도에 따라 해당 오염물질을 한정된 양만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런 거래 가능 할당량 시장은 다수의 매수인과 매도인이 존재하고, 모든 참여자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다른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잘 작동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배출권 거래는 권장할 만한 요소가 많고, 때에 따라서는 적합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장일 뿐이다. 따라서 그 결과는 특정 조건들이 충족될 경우에만 효율성을 가진다. 이런 조건들은 충족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소수의 매수인이나 매도인이 배출권 매매를 독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부적절한 정보나 높은 거래 비용에서 비롯되는 문제는 없을까? 정부가 배출량 측정 비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하지는 않을까?

미국의 1990년 청정대기법(U.S. Clean Air Act Amendments)은 산성비를 줄이기 위해 전기 발전사업자들에게 그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황(SO2) 1t마다 배출권을 보유하도록 요구했다. 다수의 잠재 매수인과 매도인이 잘 정의된 가격을 알고 있는 견실한 배출권 시장이 형성됐다. 정부는 지속적인 배출량 모니터링을 통해 각 플랜트 별 배출량을 추적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벌금이 저감비용 증가량보다 훨씬 높아 법규의 준수가 충분히 보장됐다는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이 시장은 잘 작동했으며, 산성비는 기존 방식 대비 50%가 감소했고, 연간 10억달러 가량의 저감비용이 절감됐다.

배출권 시장이 이런 비용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까닭은 저감비용이 높은 기업이 저감비용이 낮은 기업에게서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고, 그 결과 전체 오염 감축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출량이 거래 영역 전체에 동등하게 영향을 미친다면, 기업 간의 오염 거래는 중요하지 않다. 이 “균일 혼합(uniform mixing)” 가정은 온실가스와 기후변화 등 전세계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분명히 유효하다. 그리고 산성비와 같은 지역적 문제에도 합리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지는 않다.

이와 반대로 어떤 환경 문제들은 단순하고 자유로운 배출권 거래제도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벤젠처럼 대기 분수계에서 섞이지 않는 유해 대기오염물질은 국부적인 “오염 극심지역(hot spot)”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국부적 집중에 따른 피해는 비선형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체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배출권 제도라 하더라도, 그러한 배출을 고영향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결과적으로 전체 피해를 증가시키는 거래를 허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특정 형태의 정부 개입이나 개별적 정책 수단도 (시장 기반이든 전통적인 것이든) 모든 환경 문제에 적합할 수는 없다. 간단한 정책적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단순한 시장 수단들이 항상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며, 심지어는 만족할 만한 해결책도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 기반의 수단들은 현재 가용한 환경 정책에 포함돼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환경 보호와 경제적 웰빙 모두에 좋은 일이다.

시장 가격과 효율성의 신화

세 번째 신화는 경제학자들이 비시장 해결책들을 오로지 시장 가격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최대 순편익을 제공하는 가장 효율적인 통제 수준을 파악하려 할 때가 많다. 경제학자들은 대개 그런 평가를 실시할 때 가능하면 언제나 시장 가격을 사용하는 쪽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희소한 편의시설과 자원의 가치를 실제로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시장 가격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보통 사람들에게 무언가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직접 묻지 않는다. 응답자가 솔직한 평가를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신 경제학자들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경우, 개인이 공기가 더 깨끗한 지역에 있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자신들의 선호도를 드러내듯이, “그들의 말이 아닌 행동을 주시”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경제학자들이 사물의 금전적 가치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정 국가의 국내총생산을 구성하는 금전의 흐름은 모든 경제 흐름의 일부만을 나타낼 뿐이다. 경제학의 영역은 모든 희소 자원의 배분과 사용을 아우른다. 예컨대 환경오염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피해의 경제적 가치는 변호사들이 말하는 “아픔과 고통(pain and suffering)”도 포함하므로, 단순한 의료비와 손실 임금(또는 손실 생산성)의 총합보다 크다. 경제학자들이 잠재선호가 아닌 현시선호를 측정하기 위해 시장 가격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 목표는 개인이 입는 손실의 전체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이질적인 가치들을 금전으로 환산하려는 이유는 그것들을 합산하기 위해 공통단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어떻게 추가 10마일의 가시성 확보와 일부 사망률 감소의 여러 편익을 합한 전체 편익을 석탄화력발전소의 연도 가스 제거를 위한 스크러버(scrubber, 세정장치) 설치의 총 비용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결국 돈은 단순히 교환 수단이며, 서로 다른 상품과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인 것이다. 달러든 원화든 비용편익분석에서는 그저 측정과 비교의 척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가. 첫째,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지 않는다. 사실 많은 경제학자들은 환경오염처럼 자유방임적 정책이 사회적 효율이 아닌 비효율을 초래하는 “시장 실패”를 분석해서 먹고 산다. 둘째, 경제학자들이 시장 문제들을 파악할 때 시장 해결책의 타당성을 고려하려는 이유는 그것의 잠재적인 비용 효과 때문인데, 환경보호에 대한 시장 기반의 접근방식은 만병치료제가 아니다. 셋째, 환경 문제에 관한 시장 혹은 비시장 해결책을 평가할 때, 경제학자들은 재정적 고려사항들만 한정적으로 분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로버트 N. 스타빈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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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 (Herald Insight Collection)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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