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 이전인 2021년 초 발의됐지만 무산
새 전금법 개정안도 ‘유통 주체’ 규제 없어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29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연합]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 이커머스에서 할인 판매됐던 해피머니 등 현금성 상품권의 온·오프라인 결제가 막히면서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멀쩡했던 상품권이 순간 ‘휴지조각’이 되도록 피해를 키운 것은 상품권의 발행과 유통을 제어할 규제가 없었던 때문으로 지목된다.
30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품권 발행업자의 자격요건과 금융위원회 등록을 규정한 ‘상품권법’은 1999년 폐지 된 후 관련 시장 성장에 따라 2021년 발의됐지만, 지난 21대 국회 임기 만료를 기점으로 폐기됐다. 사실상 상품권의 발행과 연간발행한도, 발행업체의 자본금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인지세만 납부하면 누구든 자유롭게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
실제로 해피머니의 이용약관을 보면 ‘본 상품권은 별도의 지급보증 및 피해보상보험계약 없이 발행자의 신용으로 발행됐다’고만 명시돼 있다. 재무적으로는 더 심각하다. 해피머니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수년째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큰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해피머니의 부채총계는 2960억원으로 자산총계(2406억원)를 넘어섰고 현금 보유량은 435억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처럼 규제 없는 상품권 시장이 연간 10조원 이상 거래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조4952억원 수준이던 ‘e-쿠폰서비스 거래액’(전자상품권 거래규모)는 지난해 10조649억원으로 3년 만에 두배가 됐다. 올 들어서도 5월까지 4조5793억원의 거래액을 보이면서 시장 성장세가 가팔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품권·식사권 등 비대면 선물 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고물가 장기화로 액면가보다 저렴한 상품권을 구매해 제휴처에서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 이커머스에선 상품권을 최대 10% 할인해 판매해왔다. 이들 플랫폼이 상품권을 대량 유통·판매해 확보한 유동성으로 자금을 유용해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기업이 고객에게 상품권을 판매해 일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상품권을 임의대로 발행해 자금을 유용하는 부분에 대한 제재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9월15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자식으로 변환된 지류식 상품권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포함해 규제를 강화하고, 고객들이 내놓은 선불충전금을 100% 별도 관리 의무화해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그러나 여전히 발행사의 자격 요건 없이 인지세만 납부하면 발행이 가능하다. 앞서 2021년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해 발의된 상품권법은 ▷상품권을 발행자의 자격요건 및 금융위원회 등록 의무 ▷상품권 발행업무 중단·폐지 및 법인인 상품권 발행자의 해산에 대한 금융위 신고 의무 ▷상품권 유효기간에 대한 규정 ▷상품권이용자 보호를 위한 발행보증금 공탁 또는 채무지급보증계약 의무 ▷자본금 및 매출액 등에 따른 연간발행한도 제한 ▷물금 또는 용역 제공이 어려울 경우 권면금액을 현금으로 환급해 상품권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의무 등을 명시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 공백’에 대해 “1990년대 후반에 폐지한 법안을 다시 살리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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