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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욘세·카다시안 “안도 다다오 지은 집에 산다” 과시…‘거장의 저택’ 어떻길래 [한지숙의 스폿잇]
안도 다다오 설계 주택에 열광하는 美셀럽들
편집자주
지구촌 이색적인 장소와 물건의 디자인을 랜 선을 따라 한 바퀴 휙 둘러봅니다. 스폿잇(Spot it)은 같은 그림을 빨리 찾으면 이기는 카드 놀이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가수 비욘세(왼쪽)가 남편 제이지와 함께 지난달 2억 달러에 매입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최고가 기록을 쓴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말리부 해변 저택. [뉴욕포스트·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국 셀럽들의 최신 머스트해브(must-have) 아이템이 안도 다다오 집?’

가수 비욘세(Beyonce)와 래퍼 제이지(Jay Z), 가수 칸예 웨스트,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등 미국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81세의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집 구매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안도를 거장, 시인, 천재, 아이콘 같은 수식어로 지칭하는 신봉자들이 늘고 있다. 팬들은 기꺼이 일본으로 건너가 안도에게 집을 설계 해 달라고 간청할 정도다. 이들은 안도 주택을 도(道), 선(禪) 등 깨달음의 영역과 연관 짓는가 하면 입체파 거장 피카소의 미술작품에 빗대는 등 흠뻑 빠져 있다.

이에 따라 안도 다다오 설계 주택의 인기와 가격도 치솟고 있다.

미국에 있는 안도 다다오 설계 집은 채 20채도 되지 않는다. 그의 설계 특징인 강화 콘크리트를 사용해 일반 주택 보다 건설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데다 건축가의 비전 실현을 위해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니 안도의 집은 일반인들은 쉽게 범접할 수 없고 초(超) 부자들만의 리그에 속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 있는 안도 다다오 설계 저택. 비욘셰-제이지 부부가 지난달 2억 달러에 매입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최고가에 팔린 집이다. [뉴욕 포스트]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 있는 안도 다다오 설계 저택. 비욘셰-제이지 부부가 지난달 2억 달러에 매입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최고가에 팔린 집이다. [뉴욕 포스트]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안도의 집은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의 캘리포니아주(州) 말리부에 있는 바닷가 저택이다. 부부는 지난달 22일 이 저택 구매에 약 2억달러(2612억원)를 질렀다. 캘리포니아주 전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집이다. 이전 최고가 1억 6300만달러(2165억원)를 넉넉히 추월했다. 또한 이 거래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비싼 집이란 기록도 세웠다. 미국 최고가 주택은 뉴욕시의 2억 3800만 달러(3163억원) 짜리 아파트다.

한번 투어에 조 단위 돈을 끌어모으는 비욘세에게 이 정도의 거금은 돈도 아닐 수 있다.

사진작가 플로리안 홀츠헤르가 6년 전에 안도 다다오의 말리부 저택을 촬영할 영광을 얻었다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다. 이 곳은 비욘셰-제이지 부부가 2억달러에 주고 매입한 저택 중 태평양을 마주한 부분의 모습이다. [florian_holzherr 인스타 갈무리]

이 저택의 전체 면적은 약 3901㎡(약 1200평)이다. 건축에만 무려 12년이 걸렸다고 한다.

전 집주인은 예술 수집가 빌과 마리아 벨이다.

벨 부부는 2003년에 말리부에 있는 면적 약 3만 2000㎡의 부지를 1450만달러에 사들였다. 오랫동안 안도의 작품을 추앙해 온 부부는 이 부지에 안도의 건물을 짓고 싶었다. 안도에게 설계를 의뢰할 때 마리아 벨은 “이 부지는 믿을 수 없는 풍수 자리다”라는 말로 환심을 샀다. 안도는 말리부를 찾아왔고, 이후 부부는 안도의 디자인 설명을 듣기 위해 오사카로 날아갔다. 그들에겐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마리아 벨은 ‘정말로 안도 집에 살 수 있는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 안도 다다오 설계 저택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이다. 비욘셰 부부가 2억달러에 매입해 캘리포니아주 최고가 기록을 쓴 집이다. [realestate.fada 인스타 갈무리]

이후 해변에 콘크리트 기둥으로 떠받친 침실 6개짜리 저택을 짓는 데 무려 12년이 걸렸다. 안도는 집 뿐 아니라 집 안 가구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미니멀한 목재 식탁, 침대, 의자 등이다. 이 집의 통 창을 열면 바다와 연결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조망을 선사한다. 마리아 벨은 “흐린 날씨에는 콘크리트가 더 회색으로 보이고 선(禪)으로 보인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눈이 부신 장관을 이룬다”고 자랑했다. 그는 “건물인 동시에 조각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저택을 눈 여겨 본 건 비욘세-제이지 부부 뿐 만이 아니었다. 가수 예(Ye)로 알려진 칸예 웨스트가 지난해 훨씬 높은 가격에 매수할 계획이었으나 반유대주의 발언 등 잇단 구설수에 오르면서 수입 감소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수 칸예 웨스트가 2021년에 5725만달러에 매입한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해변에 있는 안도 다다오 설계 주택. [책 '안도 다다오: 빛과 함께 살기' 중 일부]

웨스트 역시 안도 추종자다. 그는 2021년에 말리부 해변에 있는 또 다른 안도 저택을 5725만달러(약 745억원)에 사 들였다. 원 주인은 금융가이자 예술품 딜러인 리처드 삭스로 그 역시 안도의 열혈 팬 중 한 명이었다.

이 저택은 통 창 밖으로 바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3층짜리 집이다. 침실 4개, 욕실 3개를 갖췄다. 구조물을 지지하기 위해 길이 18m짜리 거대한 철탑 12개가 모래 속에 박혔다. 콘크리트 1200t, 강철 보강재 200t이 쓰였다.

가수 칸예 웨스트가 2021년에 5725만달러에 매입한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해변에 있는 안도 다다오 설계 주택. 책 '안도 다다오: 빛과 함께 살기' 표지를 장식한 집이다.
가수 칸예 웨스트가 2021년에 5725만달러에 매입한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해변에 있는 안도 다다오 설계 주택. 집 안에서 베란다 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펼쳐진다. 안도 팬들은 그의 주택을 도, 선, 등 동양적 사상과 연관 짓는다. [책 '안도 다다오: 빛과 함께 살기' 중 일부]
가수 칸예 웨스트가 2021년에 5725만달러에 매입한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해변에 있는 안도 다다오 설계 주택. 안도 팬들은 그의 주택을 도, 선, 등 동양적 사상과 연관 짓는다. [책 '안도 다다오: 빛과 함께 살기' 중 일부]

2005년 뉴욕 월가의 금융계에서 은퇴한 삭스는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긴 뒤 7년 만인 2013년에야 가족과 함께 이 집으로 이주했다. 그는 안도의 집을 갖는 게 오랜 꿈이었다고 밝혔다. 삭스는 “이건 그냥 집이 아니다. 이 집은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처럼 매우 중요하고 매우 드물다”라고 자부했다.

안도 팬 중에는 웨스트의 전 부인인 리얼리티TV 스타 킴 카다시안도 있다. 카다시안은 2019년에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에 약 7200㎡의 부지를 630만달러(약 82억원)에 매입한 뒤 안도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카다시안은 지난 4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본에서 안도를 만나 프로젝트를 협의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 사진에 “안도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영광스럽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겸허해졌다”라고 썼다.

2021년에 IT회사 슬랙의 공동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그의 아내이자 기업가인 젠 루비오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인근에 안도가 설계한 목장 주택을 디자이너 톰 포드로부터 4000만달러(523억원)를 지불하고 구입했다. 이벤트 목적으로 목장을 빌리려는 억만장자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아온다고 한다.

디자이너 톰 포드가 안도 다다오에게 설계를 의뢰해 뉴멕시코주 산타페 인근에 지은 목장 주택 전경. [kevinbobolskygroup.com 갈무리]
디자이너 톰 포드가 안도 다다오에게 설계를 의뢰해 뉴멕시코주 산타페 인근에 지은 목장 주택. [kevinbobolskygroup.com 갈무리]
디자이너 톰 포드가 안도 다다오에게 설계를 의뢰해 뉴멕시코주 산타페 인근에 지은 목장 주택 전경. [kevinbobolskygroup.com 갈무리]

이 목장은 면적 8094만㎡의 광활한 목초지에 자리했다. 활주로, 승마장, 수영장, 마구간, 별채와 직원 사무소까지 갖췄다.

1%의 1%가 수집하는 사치품 된 안도 다다오 건축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안도 다다오는 복싱 선수 활동을 하다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에 감명 받아 건축가로 전향했다. 1995년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미국에선 뉴욕 그라운드 제로, 텍사스의 포트워스 근미술관 설계로 유명해졌다.

셍 구안 하버드대와 도쿄대 건축과 교수는 “건축은 1%의 1%가 수집하는 사치품이 되었다”며 안도는 예술품으로 수집되는 건축 명작의 범주에 속하는, 몇 안되는 현존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대 중반 안도 설계의 부티크 콘도인 ‘152엘리자베스’를 판매한 부동산 중개인 레오나드 스타인버그는 “신과 함께 일하는 것 같다” “우리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 있다”라고 했다.

81세의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게티이미지]

안도는 비싸고 까다롭다. 또 유명한 고객이 막대한 돈을 준다고 해도 거부한다고 WSJ은 소개했다. 안도 고객은 보통의 집을 짓는데 드는 비용 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지불해야한다. 안도는 단순히 설계도만 넘기는 게 아니라 조경 뿐 아니라 가구에 이르기까지 건축 과정의 모든 단계에 관여해 그의 방식대로 짓는다.

필립 조디디오의 저서 ‘안도 다다오: 빛과 함께 살기(Tadao Ando: Living with Light)’에서 안도는 “상당한 수준의 사람들이 내 회사에 찾아와 설계를 요청한다”며 “그들의 설계 요청을 수락하는 건 주로 그들의 성격이나 아우라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안도와 일해 본 적이 있는 LA 부동산 중개인 타이론 맥킬렌은 “억만장자가 찾아와 십억달러를 줄 테니 집을 설계해달라고 해도 그에게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다”며 “그의 마음에 가까워져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했다. 뉴욕 콘도 ‘152엘리자베스’ 개발자는 오사카로 날아가 안도에게 무하마드 알리에 관한 책을 선물한 뒤에야 설계 요청을 수락 받았다.

리얼리티TV 스타 킴 카다시안이 지난 4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안도 다다오 오사카 사무실을 방문한 기념으로 올린 사진. 카다시안(앞쪽)과 마주해 앉은 사람이 건축가 안도 다다오다. [킴 카다시안 인스타 갈무리·]

그런 의미에서 안도 고객들은 단순 건축주가 아니라 예술품에 거주하는 일종의 예술 후원자가 되는 셈이다. 안도 프로젝트에 두차례 투입된 건축가 레오 마몰은 “디자인의 이상(理想)을 보통이 아닌 수준으로까지 밀어붙이는 일”이라며 “고객은 기꺼이 이를 수용해야하고, 안도씨와의 관계를 진정한 거장과 함께 일하는 걸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안도의 건축은 브루탈리즘 건축(Brutalist architecture)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브루탈리즘은 20세기 초 모더니즘 건축의 뒤를 이어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융성했던 건축 양식이다. 이름은 르 코르뷔지에가 사용한 프랑스어 용어인 베톤 부르트(béton brut·원시 콘크리트란 뜻)에서 유래했다. 콘크리트를 외관에 그대로 노출 시킨 노출 콘크리트 형태의 건축물이 많다.

영국 런던에 있는 알렉산드라 앤 아인스워스 에스테이트. 대표적인 브루탈리즘 양식의 집합 주택이다.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주인공의 불우한 가정 환경을 보여주는 장면에 등장했다. [AC 드론 유튜브채널]

안도의 건축은 콘크리트를 노출시켜 투박하고 단순하다. 그의 예찬론자들은 건축물의 단순함에서 도나 선의 영적인 경험을 불러일으킨다고 찬양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콘크리트가 너무 차갑고 딱딱하며, 일각에선 007 영화 속 악당이 숨어있는 집이란 혹평도 내놓는다. 뉴욕포스트는 관련 보도에서 비욘세 팬들은 그가 산 새 집이 흉칙하며, 전쟁영화 ‘월드워2’ 벙커 같아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비욘셰-제이지 부부가 2억달러에 주고 매입한 저택 중 일부 모습이다. 콘크리트 요새처럼 보여 전쟁 영화 '월드워2' 벙커냐는 조롱을 받았다. [뉴욕 포스트]

안도의 설계를 땅 위에 구현하는 것 자체도 도전 과제다. 캘리포니아주 특히 말리부처럼 모래가 많은 토지에 건축물을 지으려면 지진 등 안전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공기 중 염분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중요한 철근 등 금속물을 빠르게 부식시키므로, 철근이 쉽게 녹슬지 않게 특수 처리해야 한다.

실제 152엘리자베스 콘도는 콘크리트 품질 관리를 위해 콘크리트를 실은 각각의 트럭을 사전에 검수하고, 기준치에 미치지 않으면 돌려 보냈다. 콘크리트를 맨 손으로 만져보는 전문가까지 뒀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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