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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로봇’이 말했다 “고객님 피부 맞는 화장품 색은…” [언박싱]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에 위치한 아모레스토어. 색 측정 전용카드를 밀착하자, ‘톤워크’의 AI 기반 알고리즘이 피부 톤에 맞는 파운데이션 색을 분석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AI(인공지능)가 피부 색 진단을 마치면,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단 하나뿐인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한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고객님의 매칭 컬러는 19호, 톤은 C2(쿨톤2). 상품 제조 연월일은 오늘.’

색을 측정하는 카드를 볼에 대고 모니터에 설치된 카메라를 바라봤을 뿐이었다. AI(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이 기자의 피부와 딱 맞는 색을 6초 만에 측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색상 추출, 교반 등 과정을 거쳐 단 하나의 파운데이션을 제조했다. 피부 색 셀프 진단부터 상담·생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 제품 가격도 4만원에 불과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내 아모레스토어 한켠인 4평 남짓한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다.

“맞춤형 화장품 시장은 극소수의 VIP 고객을 겨냥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 브랜드는 다릅니다. 고객이 있는 곳부터 화장품이 만들어지거든요. 인종, 성별, 피부 톤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 80억명의 사람들을 만나는 게 목표입니다.”

아모레퍼시픽, 맞춤형 화장품 ‘톤워크’ 론칭…바뀌는 ‘뷰티 패러다임’

‘톤워크’ 총괄자인 최현 아모레퍼시픽 넥스트뷰티2팀장 [아모레퍼시픽 제공]
AI(인공지능)가 피부 색 진단을 마치면,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단 하나뿐인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한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만난 최현 아모레퍼시픽 넥스트뷰티2팀장은 “뷰티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뉴 뷰티(New Beauty)’ 세상이 오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AI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톤워크’를 론칭했다. 톤워크는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대표이사 직속으로 있는 넥스트뷰티팀의 최 팀장이 톤워크를 총괄하고 있다.

최 팀장은 90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객’ 단어를 스물일곱 번이나 언급할 만큼 즐겨 썼다.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이학박사인 그가 아모레퍼시픽에서 연구개발(R&D), 진단센터 운영, 마케팅 업무를 거친 잔뼈 굵은 베테랑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최 팀장은 3년간 500여 명의 한·중 VIP 고객을 직접 만났고, 국가공인 맞춤형 화장품 관리 제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4만원이면 10분만에 ‘나만의 맞춤형 화장품’…첫 회의 후 3년만의 결실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내 아모레스토어에 꾸며진 ‘톤워크’ 오프라인 매장. 고객들이 AI(인공지능)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피부 색을 추천받고, 조제 관리사와 함께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AI(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으로 매칭된 색에 맞춰 로봇이 만든, 단 하나뿐인 맞춤형 화장품. 글로우 제형의 19호 쿨톤2 버전으로 로봇이 만든 ‘톤워크’ 파운데이션 쿠션. 제품 사용기한은 제품이 생산된 이날부터 정확히 1년이다. 이정아 기자

최 팀장은 “3년 뒤에는 나만의 고유한 색을 찾는 맞춤형 뷰티 산업이 지금보다 시장성을 갖게 될 것”이라며 “현재 화장품산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대량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초격차’ 기술력을 갖춘 뷰티기업이 초개인화된 ‘맞춤 화장품’ 시장을 이끄는 시대가 코앞에 닥쳤다는 의미다. 그는 “화장품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화장품이 내게 맞춰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톤워크의 시작은 2020년 3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은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행된 날이다. 그해 6월 초 아모레퍼시픽 본사, 연구소, SCM(공급관리본부) 등 10여개 팀이 모두 모여 맞춤형 화장품 사업 관련 기획 회의를 했다. 첫 기획 회의 참석자만 30명에 달했다.

최 팀장은 “맞춤형 화장품 사업은 화장품 대량 생산 시스템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생산, 물류, 재무회계 등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기준이 필요했다”며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3년여 간 각 부문 담당자가 참여하는 기획 회의가 매달 한 번 꼴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톤워크’ 총괄 최현 팀장 “색상 체계 만들어 DB화…셰이드만 150개”
7월 19일까지 서울 마포구 롯데호텔 L7 홍대에서 진행되는 ‘톤워크’의 맞춤형 메이크업 서비스 매장. [아모레퍼시픽 제공]
7월 19일까지 서울 마포구 롯데호텔 L7 홍대에서 진행되는 ‘톤워크’의 맞춤형 메이크업 서비스 매장. [아모레퍼시픽 제공]

그렇게 2021년 4월 오프라인 뷰티 라운지인 서울 성동구 아모레 성수에 톤워크의 파일럿 브랜드인 ‘베이스 피커’가 론칭하게 됐다. 첫 고객은 백인 여성이었고, 이어 남성 고객이 잇따랐다. 그는 “초기에는 기존 화장품 시장에서 자신만의 제품을 찾지 못한 고객이 찾았다”며 “그런데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나만의 고유한 색을 찾고 싶은 20~30대 고객들이 몰렸고, 예약 신청 오픈과 동시에 서비스가 마감되는 ‘피케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후 2년간 고객 수요를 반영한 시스템 고도화가 진행됐다. 개인의 특별함이 빛나도록 돕는 맞춤형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톤워크가 정식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AI 기반 진단 알고리즘이 강화되면서 피부 색상과 제형(글로우·세미매트)에 최적화된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이 600가지로 늘었다. 최 팀장은 “기존 20·21·23호 등으로 나눴다면, 0.5호 단위로 세분화하고, 쿨톤, 웜톤, 뉴트럴 등으로 톤도 나눠서 150가지의 셰이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톤워크’ 총괄자인 최현 아모레퍼시픽 넥스트뷰티2팀장 [아모레퍼시픽 제공]

특히 최 팀장은 70년간 피부과학 연구에 진심인 아모레퍼시픽만의 헤리티지가 있었기 때문에 맞춤형 화장품 제조에 필수적인 빅데이터, AI, 로봇 기술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부터 5년간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협업해 페이스·립·헤어에 이르는 아모레퍼시픽만의 색상 체계부터 만들고, 자사와 타사 제품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이 자산이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에는 카이스트 아모레퍼시픽 디지털 컬러 센터도 개소했다”고 소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톤워크 매장이 부산 등 서울 외 다른 지역에도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베이스 제품 옵션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계획”이라며 “개별 맞춤형으로 제조하는 립 제품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톤워크는 맞춤형 화장품 중 처음으로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FSC(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지류와 재활용 플라스틱(PCR) 등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패키지도 적용했다. 최 팀장은 “맞춤형 화장품은 나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점에서, 폐기할 재고가 애초에 생산되지 않는다”며 “맞춤형 화장품 사업으로 지속 가능한 뷰티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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