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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IT發 해고광풍, 업종·국경 넘어 글로벌 확산
아마존 2만7000명 단일기업 최대
금융업계서도 5만명 일자리 잃어
반도체 등 제조업으로 위험 전이
긴축정책 탓 유럽·日도 감원 가세
[AP]

견고한 고용시장 지표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술기업에서 시작된 해고 광풍이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 기세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등 다른나라로까지 확산하며 경기 침체 불안에 사로잡힌 글로벌 경제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년 10월 이후 지난 15일까지 가장 많은 직원을 내보낸 기업은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으로 약 2만7000명을 감축했다. 이어 메타(2만1000명), 구글 모회사 알파벳(1만2240명), 마이크로소프트(1만1120명) 등이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금융업계에서도 5만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헬스케어 업종의 해고 규모는 2만6200명으로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전체 기업 직원 수 대비 해고율은 20%에 달했다. 지난달 직원의 3.6%인 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예고한 디즈니는 27일(이하 현지시간) 해고를 통보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기차 후발주자인 루시드는 28일 직원 18%(1300명)를 해고하는 긴축 조치에 나섰다. 해고의 칼바람이 기술기업뿐 아니라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공식 실업률과 큰 온도차를 보인다. 미 노동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실업률은 3.4%로 54년만에 가장 낮았다. 3월 실업률은 3.6%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4%를 한참 밑돈다. 지표들은 여전히 탄탄한 고용시장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기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와 비중을 감안하면 통계 숫자 너머에 있는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기술산업이 미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비중은 10%이며, 전체 일자리의 8%를 담당한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보기술혁신재단 데이터를 인용, 간접적인 영향력을 감안하면 미국 내 일자리 5개 가운데 1개가 기술기업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기술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전반적인 경제 환경에 이 업종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줬으며 잇따른 해고는 그 파급 효과를 생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거론하며 이 문제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하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술기업들은 서로 경쟁자인 동시에 끊임없이 모방하고 인재를 공유하는 등 상호의존적 성장을 한 탓에 기업 한 곳에서 부실이 터지면 관련 기업들로 빠르게 위험이 전이되고 있다. 기술기업들이 클라우드 분야에 재정 집행을 미루거나 중단하면서 M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매출 증가 속도가 급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한 발 더 나아가 반도체 제조업체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관련 업계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그런가하면 거대 기술기업의 해고는 비대한 조직을 정비하려는 다른 기업 경영진에게 구조조정의 좋은 구실이 되기도 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프랜시스코 배로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해고를 고려하고 있다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해고를 하는 상황에서 다른 CEO들은 구실을 댈 필요가 없다”며 “경영진들은 인력 조정을 위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술기업에서 시작된 해고 이슈는 국경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 네덜란드 헬스케어기기 업체 필립스는 지난해 10월 4000명을 해고한데 이어 지난달 6000명을 감원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도 1만명을 내보냈다. 싱가포르의 전자상거래업체 씨(sea), 일본 대형 손해보험사 MS&AD, 유명 브랜드 신발 제조하청업체인 대만의 푸첸그룹 등도 6000~7000명 가량을 해고했다.

블룸버그는 “이미 대량해고와 인플레이션과 싸움에 갇힌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으로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SVB 파산은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며 “이는 경기 침체와 더 큰 일자리 상실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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