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뱅크데믹’ 공포 확산에도 中 나홀로 ‘평온’...금융 통제·디커플링 효과?
잇따른 은행 불안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공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국 금융 시장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 주도의 강력한 시장 통제와 미국과의 오랜 긴장으로 인한 자본 시장 내수화가 중국을 최근 글로벌 변동성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한 중국공상은행(ICBC) 지점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은행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유독 중국 금융시장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경쟁으로 자본 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본격화되며 중국이 글로벌 변동성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데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시장 통제가 오히려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7일 닛케이아시아는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도이체방크 위기로 이어진 글로벌 금융 불안에도 중국은행들이 발행한 채권의 가격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UBS의 CS 인수로 신종자본증권(AT1) 채권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면서 관련 상품 가격이 요동쳤지만,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공상은행(ICBC)의 AT1 채권가격은 지난 20일 소폭 하락했다가 며칠만에 이전 수준 이상으로 반등했다. 같은 기간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의 AT1 채권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중국은행들이 공격적으로 AT1 채권을 발행해왔다는 점에서 최근 중국 금융 시장의 안정세는 더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중국 4대 은행은 지금까지 총 27개, 9790억위안(184조9624억원) 어치의 AT1를 발행했다. 지난 22일 골드만삭스는 아시아에서 발행된 달러 표시 AT1 채권 중 중국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1%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분석가들은 “지난 18개월동안 중국보다 AT1 채권을 많이 발행한 곳은 없었다”고 했다.

공격적인 AT1 채권 발행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최근 전세계로 확산하는 은행 위기의 영향권에 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프랜시스 찬 블룸버그 분석가는 “중국 국영 은행이 발행한 채권이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 리스크에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 중국은행 [로이터]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강력한 금융 시장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도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시장을 통제함으로써 위기를 빠르게 봉합해 줄 것이란 일종의 투자자 신뢰가 채권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HSBC는 “중국 정부는 대형 금융 기관의 실패를 관리할때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국 금융 시장에서 개인 예금자들은 금융 안정성 유지라는 목표 하에 잠재적 시스템 불안으로부터 보호돼왔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달 초 열린 중국 최대 정치생사인 ‘양회(전인대와 정협’)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집권 3기를 맞아 당·정체제를 개편하며 금융 시스템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했다. 국무원 직속으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신설해 분산됐던 금융 관리 및 감독 기능을 일원화시킴으로써 금융 시장의 통제력을 높인 것이다.

미국과의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금융 시장의 내수화가 심화된 것도 최근 시장 안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중 경쟁 속에 중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수요가 감소했고, 결국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주식·채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함에 따라 국외 금융 시장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이 정부가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본토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이 심화되는 글로벌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