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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가족에 헌신하던 아버지” 화마가 삼킨 나이지리아 4남매
나이지리아 교민들 “행복했던 가정…가슴 찢어져”
이웃들 “새벽 화재에 가까스로 생존…창문 바깥으로 탈출하기도”
안산소방서, 화재 안전관리에도 사각지대 존재
내년 12월부터 화재예방법 시행…세대별 시설 점검 어려워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일대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숨진 가운데, 이날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산)=김영철 기자] “(숨진 아이들의)아버지가 가족에 헌신하려는 마음이 아주 강했다. 주변 이웃들에게 웃음을 주는 가족이었는데….”

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일대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참변을 당한 나이지리아 가족을 10년간 알고 지냈다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치네두 씨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가슴이 찢어진다. 병원에 있는 가족들은 크게 안 다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화재로 다세대주택 2층에 있던 나이지리아 국적의 11세 여아와 7세·6세 남아, 4세 여아가 숨졌다. 이들은 남매 사이였다. 두 살배기 막내와 부모만 가까스로 생존할 수 있었다. 숨진 아이들의 아버지는 중고자동차 등을 모국인 나이지리아에 수출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헤럴드경제가 찾아간 화재 현장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집안 내부가 검게 소실돼 있었다. 집안 벽면이 모두 검게 그을린 것은 물론 창문 쪽에 부착된 보일러에선 화재의 여파로 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지 10시간이 지났지만, 건물 주위로는 탄 냄새가 바깥까지 진동했다.

화재로 인해 같은 빌라 건물에 살던 다른 나이지리아인 3명과 우즈베키스탄인 2명, 러시아인 1명 등 6명이 경상을 입고, 37명이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건물 2층에 거주하는 러시아 국적 샤샤(17) 씨는 오전 3시께 불이 난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가족 5명이 한 집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카자흐스탄 국적의 지인이 불이 난 것을 알고 도움을 줬다. 일가족 5명 모두 그의 도움을 받고 창문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안도했다.

사고가 난 빌라 4층에 사는 김알렉산더(45·우즈베키스탄) 씨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사태를 인지해 정신이 없었음에도 가까스로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는 “간밤에 들리는 고함에 잠에서 깼는데 불이 나 있었다”며 “나마저 놀란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도 동요할 수 있기에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아이들을) 건물 옥상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28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40여분 만인 같은 날 오전 4시16분께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로 인해 해당 빌라의 집 한 채가 소실됐다. 해당 집은 13평 정도의 투룸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1층은 반지하 구조여서 불이 난 2층이 사실상 1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50분께부터 소방 등과 함께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소방 당국은 자택 출입문과 인접한 거실 바닥에서 화재가 발생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과수를 통해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세대주택, 아직 화재 점검 대상서 ‘사각지대’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일대의 한 다세대주택에 불이 난 모습. [연합]

불이 난 곳은 1994년 사용 승인된 바닥면적 137㎡의 다세대주택이다. 주로 외국인 등 40여 명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시행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라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은 특정소방대상물 기준에 포함된다.

이로 인해 다세대·연립주택의 주택 전용 간이 스크링클러 설비 설치 의무화는 오는 2024년 12월 1일부터, 신축·증축·개축·용도변경 등을 신청·신고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아직까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안산소방서는 이달부터 봄철 화재사망 저감을 위한 화재예방정책을 오는 6월 8일까지 100일간 지속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론 저층에서 고층까지 주거공간에 대해 관계인 합동훈련과 안전컨설팅 등 안전관리를 실시하고, 부주의에 의한 사고 예방을 전방위로 홍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안산소방서 관계자는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의 경우 세대별로 화재 예방 시설이 설비됐는지 개별적인 점검이 어렵기에 통장들과 협업해 안전관리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을 화재경보기(연동형), 주택 전용 간이 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시설을 법정시설로 설치해야하는 대상물에 포함해 안전시설을 점차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 화재는 안산소방서가 봄철 화재예방 집중 강화기간을 지정하고 ‘화재사망자 저감을 위한 100일 작전’에 돌입한지 20일만에 발생했다. 안산소방서는 이달 6일 자료 등을 통해 부주의에 의한 화재사고 예방과 대피중심 교육 등을 통해 오는 6월 8일까지 화재사망자 저감을 위한 100일 작전에 돌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산소방서는 외국인 거주직 역시 안전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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