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수호 55용사 이름을 부르기 전에 울먹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대통령실이 연일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보훈 행보를 부각시키고 나섰다. 지난 24일 ‘서해수호의 날’에서 울컥하며 눈물을 보인 윤 대통령의 소회를 전달하는가 하면, 전사자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는 ‘롤콜(roll-call)’의 의미도 재차 강조했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 주 69시간·60시간 등 근로시간제도 개편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안보·보훈 이슈를 앞세워 국면을 전환하고 지지층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7일 “국가를 위해서 산화하고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예우를 다하고 잊지 않고 챙겨야 한다는 부분은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해수호의 날’ 행사를 통해 서해수호 유가족과 참전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에 최고 예우를 갖추는 동시에 윤 대통령의 굳건한 안보 의지를 전달했다는 자평이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전날 “유족들과 장병들, 예비역 군인분들도 국방부나 대통령실에 많은 격려를 보내줬다”며 “이제야 조금 정상적으로 나라가 가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많은 말씀을 주셨다”고 했다. 실제 이날 오전 기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8만회를 넘어선 상태로, 이는 취임 후 최고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롤콜’ 직전 울컥한 모습을 보인데 대해서도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장병을 생각하면 어찌 평정을 유지할 수 있겠나”, “(서해영웅) 묘역을 찾은게 두 번째 인데 그때마다 묘비 뒤편 출생일, 사망일을 보고 마음속으로 엄청 울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고 민평기 상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전임 문재인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를 통해 보수 핵심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과 한일 정상회담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반발은 이미 예견된 일인 만큼, 일차적으로 떨어지는 지지율에 제동을 걸고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담화문’에 준하는 수준인 ‘역대 최장’ 23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의 당위성을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이나 노동시간 개편 등을 통해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지지층을 확고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지층만 가지고 올해까지 (지지율을) 관리하면 내년 (총선 전)에는 (상승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안보, 보훈 관련 이슈를 부각시키는 것이 그러한 (목적에) 딱 맞는 것”이라며 “서해 문제, 천안함 등 대북 안보 강경 이슈를 강조할수록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완전 차별성을 확실하게 부각시킬 수 있고, 핵심 보수 지지층을 결속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며 30%대 중반로 내려앉은 상태다.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의뢰, 20~24일)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전주보다 0.8%포인트 하락한 36.0%로 나타났다. 한국갤럽(21~23일) 조사의 경우, 전주보다 1%포인트 상승한 34%로 나타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