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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켓·팝콘에 2만원 ‘순삭’”, “영화관은 사치” 치솟은 티켓값에 텅텅 빈 극장
주말 영화 1만5000원 시대
번화가 영화관도 텅텅
“비싸니 까다롭게 고르게 돼”
지난 26일 오후 3시 경 홍대입구역 인근 영화관. 주말 낮 시간임에도 관객 없이 텅텅 비어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영화표 1장에 팝콘 스몰 사이즈 먹어도 2만원이 ‘순삭(순식간에 삭제)’이다. 비싸서 함부로 못 오는 곳이 됐다.” (30대 직장인 박모씨)

“티켓값이 만원 아래일 때는 ‘혼영(혼자 영화)’도 자주 했지만, 지금은 부담스럽다. 영화관은 문화 생활이 아니라 ‘사치’다.” (20대 직장인 홍모씨)

영화관이 외면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회복을 기대했지만, 관람객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세차례 올린 영화 티켓값이 만만치 않아서다. 최근 고물가로 긴축 재정에 들어간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일요일인 26일 오후 3시 홍대입구역 근처 한 영화관. 주말 휴식을 위해 놀러나온 관람객들로 붐벼야 할 시간이지만 팝콘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도, 티켓 발권을 기다리는 관람객도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날 두달 만에 영화관을 찾은 김모(27)씨는 “티켓값이 너무 올라 영화관을 가벼운 마음으로 찾기 어려워졌다. 친구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사정해 큰맘 먹고 온 것”이라며 “오랜만에 왔는데 극장에 사람이 생각보다 더 없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영화관 전체 관객수는 642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의 28.8%에 불과했다. 전월에 비해서도 42.9%로 줄었다. 말 그대로 ‘반토막’ 이다. 3월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스오피스 현황 분석 결과 3월 넷째주(3월 20~26일) 관객수는 141만 3771명으로, 2월 넷째주(2월 20~26일) 125만 2039명 대비 12.91% 증가하는데 그쳤다.

월별 극장 관객수는 흥행 영화 유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최근 추이는 심상치 않다. 영화 티켓값이 오르면서 영화 소비 의향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박모(35)씨는 “마블 영화를 좋아해 ‘앤트맨3’를 보려했는데 주변 평가가 좋지 않아 포기했다”며 “영화표가 비싸니 까다롭게 고르게 된다. 몇 년 전엔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요즘에는 혹평이 조금만 있어도 안보게 된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평균 관람 요금은 1만285원으로 처음으로 1만원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8444원)과 비교하면 21.8%, 7000원대였던 2015년(7895원)과 비교하면 30.27% 증가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세차례에 걸쳐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대형 영화관이 일반관 기준 평일 낮 1만4000원, 주말 낮 1만5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전반적인 영화 소비 습관도 변했다. OTT가 활성화되면서 굳이 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 것. 영화관을 일상적인 주말 여가 장소가 아니라, 특별한 이벤트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평소 영화를 즐겨본다는 김모(32)씨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OTT로 집에서 영화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영화 티켓값과 OTT 한달 구독료가 비슷하다.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면 OTT에 풀리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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