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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타니 만화’가 세계를 찢었다
총 7경기 타율 0.435·방어율 1.86
日 세번째 우승 이끌고 MVP 영예
팀동료 트라웃과 마지막 승부 감동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우수선수(MVP)와 올-클래식 팀 지명타자·투수 부문 수상자로 뽑힌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타자로서 4할 타율을, 투수로서는 2승1세이브를 거두면서 일본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AFP]

6년 만에 다시 열린 2023 WBC대회가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 최강의 투수진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평가된 일본에는 무엇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어느 팀에도 없는 ‘오타니 쇼헤이’라는 절대 비급( )이 있었다. 아무리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지만, 타자로 4할 타율을 기록하고, 투수로 2승1세이브를 거두는 선수가 있는 팀이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일 것이다.

이번 대회는 130만명의 관중이 입장해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고, 변방이었던 유럽 국가들이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제한된 국가만 즐기는 스포츠라는 한계를 어느 정도 털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타니 쇼헤이라는 역대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를 전 세계 야구팬들이 직접 확인했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21일 일본과 미국의 결승전. 7회까지 지명 타자로 3번타순에서 활약하던 오타니는 9회말 3-2로 앞선 상황에서 1점을 지키고 일본의 우승을 거두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동네 고교야구도 아니고, 수천억의 몸값을 자랑하는 미국의 타선을 상대하는 막중한 임무지만 일본의 벤치는 오타니 외에 다른 선택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다.

무사 1루의 위기를 맞았던 오타니는 무키 베츠를 병살타로 잡아낸 뒤 2사 후에 마이크 트라웃을 상대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이자 오타니와 LA 에인절스에서 함께 뛰는 동료다. 영화 시나리오를 이렇게 썼다면 ‘우연과 억지가 지나치다’며 외면 받을지 모를 만큼 극적인 순간이 만들어졌다.

한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오타니는 164㎞까지 나오는 무시무시한 속구와 웬만한 선수의 속구보다 빠른 변화구로 트라웃을 공략했다. 결국 140㎞의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오타니는 포효했고, 일본은 우승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디펜딩 챔피언 미국은 일본에, 오타니에 무릎을 꿇었다.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일본을 우승으로 이끈 오타니는 이번 대회 MVP에 선정됐다.

오타니는 투수로 모두 3차례 등판해 9⅔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다. 타자로는 .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WBC가 대회 직후 발표한 올스타팀에서도 오타니는 투수 부문과 지명 타자 부문에 모두 선정되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과연 오타니 이후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날까.

이번 WBC에서도 오타니는 투수로 3경기(9⅔이닝)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 탈삼진 11개, 타자로 7경기 타율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 1홈런 2루타 4개 8타점 10볼넷 OPS 1.345로 활약했다. 하나의 포지션에서 잘하기도 쉽지 않지만 만화속 주인공같은 오타니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일본 언론에서 ‘이도류’라며 극찬해 마지않는 오타니의 투타 겸업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센세이셔널한 화제가 된 바 있다. 오타니는 지난해 투수로 10승, 타자로 10홈런을 넘어서 전설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에 10승-1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난해 최종 성적은 15승9패, 34홈런이었다. 오타니보다 뛰어난 타자도 있었고, 그보다 뛰어난 투수도 있지만, 그 두 포지션에서 오타니만큼 할 수 있는 선수는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것이다.

오타니가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사랑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스타들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훌륭한 성품이다. 아무리 약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존중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 상대 팀조차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오타니는 조별 리그에서 자신을 삼진으로 처리한 체코의 투수가 볼을 내밀자 사인해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부분 아마추어로 구성된 체코 대표팀’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미국 입국 당시에 체코 대표팀의 모자를 쓰며 애정을 드러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팀의 전력을 떠나 아마추어지만 체코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 우승 후에도 “운이 좋아 우승했다. 어느 나라든 우승을 할 수 있다”며 “한국, 대만, 중국 등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일본 뿐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이번을 계기로 야구를 더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 최고의 위치에 선 일본의 선수지만 아시아 야구의 동반 성장까지 생각하는 마인드는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팀 내 최고의 스타이면서도 승리를 위해 번트를 대고, 안타를 치고 출루해서는 포효하며 동료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등 덕아웃 리더로서의 자질도 빼어났다. 자기의 성적과 기록에만 연연하며, 동료들의 기분이나 팀 분위기는 신경쓰지 않는 스타들이 흔한 현대 스포츠에서 오타니같은 선수는 희귀한 존재로까지 받아들여진다.

만화 같은 실력으로 세계 야구 최고의 선수가 된 오타니 쇼헤이. 오타니로 인해 일본은 우승이라는 행복한 결과를 손에 쥐었고, 오타니로 인해 세계의 야구팬들은 꿈 같은 야구 드라마를 즐겼다. 김성진 선임기자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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