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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사고 싶은데”…정작 아재는 못사는 ‘아재술’ [언박싱]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문을 열기 전부터 위스키를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입구에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더 맥켈란은 매장에서 안 팔아요.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서 사셔야 해요.”

2월 25일 서울 마포구 이마트 마포점을 찾은 박모(65) 씨는 위스키 구입을 결국 포기했다. 그는 앱에서 선착순으로 구매하는 이른바 ‘앱픈런(앱+오픈런)’ 방식이 낯설다고 했다. 마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이마트몰 앱 회원가입을 했지만, 난관은 계속됐다.

회원 가입을 하더라도 월요일인 2월 27일 오전 10시, 지정된 시간에 재빨리 앱에 접속해 1~2분 내로 결제를 해야 한다는 직원 안내가 뒤따랐다. 박씨는 위스키를 구입하기 위해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앱 내 ‘와인그랩’ 성인인증 단계에서 끝내 불편함을 참지 못했다. 그는 직원에게 “가입 안 한다. 앱을 삭제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이마트 마포점에서 만난 박모 씨. 그는 “끝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위스키 구매를 포기했다”고 했다. 이정아 기자

그동안 5060세대 남성의 ‘아재술’로 통했던 위스키가 ‘MZ술’로 세대교체되고 있다. 이에 위스키 판매 안내도 모바일 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위스키 입고 공지는 물론 재고 확인, 한정판 선착순 구매, 모바일 할인 혜택, 럭키드로우 응모까지 앱과 연동되면서 정작 이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 소비자에게 위스키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키오스크, 모바일 앱 등에서 야기되는 ‘디지털 격차’가 요즘 ‘힙하다’는 위스키 한 병을 사는 데에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10일 서울 영등포구 GS25 S9선유도역점에서 만난 60대 김모 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위스키 구입 시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도 챙기지 않았다. 당시 GS25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로 QR코드 결제 시 20%를 페이백하는 위스키 결제 행사를 진행했다. 김씨는 “그런 거 모르겠다. 그냥 (위스키를) 달라”고 했다. 위스키를 구매한 대부분의 20~30대 고객이 포인트 혜택을 꼼꼼하게 챙겨가는 모습과 상반됐다.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 위스키를 둘러보고 있는 한 소비자. [연합]

김씨는 “평소 남대문시장에 있는 수입상가에서 위스키를 구했다”며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수입상가를 찾는 20~30대 젊은층이 많아져서, 특히 발베니와 더 맥켈란은 최근 2~3년 사이 5만~10만원 정도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재고가 없어 살 수가 없는 게 인기 위스키”라며 ‘편의점 오픈런’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전국 영화관, 대형마트, 패스트푸드점 등 곳곳에 설치된 무인 키오스크도 진입장벽이 높다. 인기 음식점이나 카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으로만 예약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중장년층의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해 내점객 수가 많은 일부 점포에서 ‘디지털 친화’ 캠페인 시범 운영을 해보고 있다”며 “다만 개선점을 취합하는 단계로, 아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민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의 경우 일반 국민 평균을 100%로 봤을 때 20대와 30대는 각각 139.9%와 134.8%로 1~2위였다. 반면 50대는 92.0%에 그쳤고, 60대와 70대 이상은 각각 59.3%와 22.4%로 크게 낮았다. 수준이 가장 높은 20대와 가장 낮은 70대 이상은 무려 117.5%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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