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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당정일체’ 외쳤지만 친윤 격려모임 그친 대통령실 만찬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저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새 지도부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가 바뀌면 축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만찬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지난 8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여당 지도부는 누가 봐도 이른바 친윤 일색이다. 게다가 만찬 직전 발표된 임명직 고위 당직자들도 같은 색으로 구성되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총선의 공천 실무작업을 총괄하게 될 사무총장에 ‘신핵관’이라는 이철규 의원이 배치된 게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이런 지도부가 취임하자마자 윤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이 이뤄졌으니 고운 소리가 나올 리 만무하다. 사실상 직할 체제를 구축한 윤 대통령이 당 지도부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 이날 모임은 친윤 단합대회 느낌이 확연하다. 윤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를 앞에 두고 “여기 지도부가 다 대선 때 동고동락한 사이라서 더 믿음이 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같은 편’이라는 노골적 강조와 격려인 셈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 견제와 감시의 기능이 동시에 작동해야 비로소 건강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여당 인적 구성이라면 그러한 ‘건강한 관계’ 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과 김 대표가 앞으로 매달 두 차례 정기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만찬 참석 관계자가 밝혔다. 그 회동이 일방적 지시를 내리고 대표가 이를 수행하는 수직적 관계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걱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집권 여당은 윤 대통령의 사당(私黨)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일방적 독주는 결국 민심과 동떨어진 결과물을 낳게 마련이다. 이런 결말이 어떠한지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민심의 거센 저항뿐이다. 윤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가 타산지석을 삼아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윤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를 업은 김 대표는 당 대표 경선에서 53%를 얻었다. 하지만 지지하지 않은 47%의 당원이 있다는 사실을 한 시도 잊어선 안 된다. 김 대표는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을 강조하지만 결과물은 그 말과 현저히 달랐다.

거대 야당의 폭주 속에 여당의 새 대표가 선출됐는데도 국민은 한 줌의 감동도 받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꼭두각시’ 역할만 한다면 내년 총선은 해보나 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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