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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 맞아?” 이번에도 ‘4분컷’ 완판…대란된 ‘위스키계 BTS’ [언박싱]
이마트 ‘위스키 2차 행사’ 가보니
25일 서울 마포구 이마트 마포점. 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위스키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 줄을 선 사람들.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위스키계 방탄소년단(BTS)’.

입고되자마자 동이 나는 인기 위스키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최근에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위스키인 발베니와 맥켈란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지속된 고물가로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있지만 인기 위스키 품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명품백을 사는 것처럼 매장 문이 열리기 전에 대기줄을 서는 ‘위스키 오픈런’이 무려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발베니 12년’, 4분만에 완판…이른 아침부터 긴줄 “5분만 빨리 올걸”
25일 서울 마포구 이마트 마포점. 위스키 구매를 위해 받은 번호표. 이정아 기자

25일 오전 9시 45분께 서울 마포구 이마트 마포점 입구 앞에는 이날도 어김없이 10m에 이르는 긴 줄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매장 문이 열리면 지하 1층으로 달려가 ‘발베니 12년 더블우드(700㎖)’, ‘산토리 가쿠빈(700㎖)’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망라했다.

입구에서 직원이 나눠준 ‘대기표’를 받아들 이들이 일제히 주류를 판매하는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마포점의 경우 이날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와 산토리 가쿠빈을 1인당 각 1병씩 살 수 있도록 제한을 걸었는데, 특히 발베니 12년 더블우드는 단 4분도 안 돼 준비한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말 소량으로 당일(25일)에 입고됐다”고 했다. 실제로 마포점에는 발베니 12년산 더블우드는 18병, 산토리는 36병이 준비됐다. 이에 실망하는 얼굴로 “5분만 빨리 올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25일 서울 마포구 이마트 마포점.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지하 1층 주류 코너로 이동하는 소비자들. 이정아 기자
25일 서울 마포구 이마트 마포점. 위스키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소비자들. 이정아 기자

27일 이마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판매하는 ‘더 맥켈란 12년’ 구입 방법을 묻는 60대 남성 고객도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둘이 모바일 앱으로 순식간에 구매를 해서….” 말끝을 흐리는 다른 고객의 설명에 그는 “온라인으로 사는 건 포기해야겠다”라고 답했다.

25일 매장 앞 긴 줄에서 만난 한 고객은 “발베니 12년 더블우드는 2년 전만 해도 7만~8만원 정도면 살 수 있었다”며 “지금은 매장가가 11만원이다. 그런데도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웃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실정”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매장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는 위스키 오픈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2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마트 보틀벙커 제타플렉스점에서 총 5회 열린 위스키 멘토링 클래스는 단 1시간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김창수 위스키 3호 캐스크’ 제품은 공식 판매일인 10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완판 기록을 썼다.

20~30대에 인기…“‘소맥’은 싫지만…위스키, 음미하는 재미가 있어”
23일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 앞. 위스키를 사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헤럴드경제DB]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6684만달러(약 3463억원)에 달해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7년을 정점으로 지속 하락한 위스키 수입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해마다 반전을 거듭하며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대를 막론하고 위스키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데 있다. 특히 희소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고 자신의 경험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하는 20~30대 특성이 소장 가치 있는 위스키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30대 박진희 씨는 “더는 회식 자리에서 ‘소맥(소주+맥주)’을 강요당하기 싫다. 이제는 먹고 마시고 취하는 문화를 거부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위스키는 맛을 음미해 보는 재미가 있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 브랜드에 얽힌 역사를 공부하는 즐거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판매처가 다양해진 것도 위스키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 유통업계는 희소한 위스키 상품 확보 경쟁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차별화한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식이다. 이마트는 국내 유통사에서는 처음으로 산토리 가쿠빈을 들여와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위스키 품목을 전년 대비 3배가량 늘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기 위스키를 대량으로 매입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수입사와 사전 물량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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