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나경원 사태…“개입 과하다 인식, 역효과”
이준석계 진용 완성…유승민 지지층선 지원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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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왼쪽 사진)과 김기현 의원.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친윤계가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 일제히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안 의원의 여론조사 상승세가 심상찮은 가운데 공격이 이뤄지면서 ‘제2의 나경원 사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가운데 비윤계에서는 이준석계가 진용을 갖추면서 변수가 되고 있다.
여권 내 ‘윤핵관’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은 3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인수위 당시 연락도 없이 업무를 포기한 적 있다”며 이틀째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막중한 인수위원장 직무를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연락도 없이 방기하는 분이 당대표가 됐을 때, 우리는 내년에 총선이 있는데 불과 6~7년 전에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았나”고 말했다. 이는 20대 총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됐던 2016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파동’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이 의원은 “대선 이후 안 의원의 행태를 가까이서 지켜보지 못한 분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서 당을 운영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친윤계의 반발의 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이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의 사적 통화를 전날 공개하며 내부 균열을 암시한 게 발단이 됐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김기현 의원이 100% 윤심이 아닐 수 있다”며 인수위원장 시절 윤 대통령과의 호흡을 강조했다. 이에 이 의원은 “스스로 친윤이니 진윤이니 가짜 윤심팔이를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비판했고,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은 “윤심이 김 의원에게 있다는 걸 100%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김정재 의원은 김 전 의원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이란 점을 언급하며 “그런 분이 특정 후보를 돕자고 당내 분란을 야기하고, 대통령과 당을 이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매우 부적절한 처사이며, 위원직을 사퇴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의 의중을 당 선거에 끌어들인 데 대한 지적이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안 의원에 대한 친윤계의 견제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다자대결·양자대결 모두 김 의원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지지층 표심도 안 의원을 향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당대회 투표는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지지층 여론조사와 차이가 있지만, 당 내에서는 “어대현(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 대세론이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실은 전날 김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에서 해촉했는데, 이는 친윤계 공격과 맞물리며 ‘제2의 나경원 사태’로 여겨지고 있다. 나 전 의원 역시 친윤계 핵심인사들의 비판을 받았고, 대통령실이 그를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하며 쐐기를 박았다.
어김없이 고개 든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에 당 내에서는 우려도 감지된다. 한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개입이 과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비윤 진영에서는 이준석계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당대표 선거에,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선거에,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청년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승민계 당원들 사이에선 이준석계를 지원하자는 투표 독려가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비윤 표심 중 유승민·이준석계는 절대 안 의원을 지지할 수 없다. 이준석계는 안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