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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풀려지는 상장가치, 共謀된 公募인가 [홍길용의 화식열전]

주요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이며 불법 공매도와 함께 증시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공모가 산정과정에서 비교대상 기업의 선정, 기업가치 평가방법 등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발행사 편에 서서 수익을 내는 주관 증권사들이 투자자 이익을 소홀히하는 이해상충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장기업 가치평가에는 미래실적을 예측하는 절대평가 방법과, 다른 기업의 현재가치와 비교하는 상대평가 방식이 있다. 미래추정에 대한 주관개입 논란 때문에 최근 상장은 대부분 상대평가 방식을 택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 경제적가치(EV), 주가순자산비율(P/B) 등 따져 이를 상장대상 기업에 대입해 적정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비교기업 선정과정에서의 주관개입과 시장의 오류(저평가 혹은 고평가)라는 치명적 단점을 안고 있다.

쏘카 매출의 99%가 직접 보유한 차량을 빌려주는 차량대여업, 즉 렌터카다. 쏘카 공모가 산정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비교기업 10곳을 정하며 국내에 상장된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다른 비교대상 기업들의 주력 사업은 현재의 쏘카와 다르거나 관련이 멀다.

앞서 상장을 철회한 SK쉴더스는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이 물리보안에서 나오지만 희망 공모가 산정과정에서는 사이버보안에 쏠려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현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카카오뱅크는 상장당시 은행이 아닌 종합금융플랫폼임이라고 주장하며 비교대상 기업에서 은행을 제외했다.

이들은 모두 미래 유망사업을 전제로 비교기업을 선정했다. 현재 가치로는 높은 값을 받기 어려우니 장밋빛 전망에 기댄 셈이다. 공모가가 높으면 발행사는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할 수 있고, 재무적투자자를 추구했던 구주주는 더 많은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임직원들도 스톡옵션 차익이 가능하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는 구주매출이 발목을 잡은 경우다. 미래투자 보다는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상장 성격이 강했다. 구주 매출이 없다고 구주주들이 차익실현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쏘카 공모는 구주 매출이 없지만 상장 후 유통물량 3364만주 가운데 38%가 6개월 이내 매물이 가능하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이 모두 보호예수 기간 이후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내다 팔며 주가 급락을 경험했다.

상대평가법에서 기업가치는 비교기업들 평균 가격배수를 구하는 게 핵심이다. 표본 간 덩치와 환경 차이가 어마어마한 경우가 적지 않다. 쏘카 비교기업 가운데 우버의 시가총액은 66조원이 넘지만 헬비즈는 고작 610억원이다. 계산법도 오묘하다. 쏘카는 덩치와 소속 시장 차이를 무시하고 각 사별로 배수를 따로 구해 이를 단순평균했다. 그래서 매출액 대비 EV가 7.7배다.10개사 EV와 매출액 평균을 먼저 구한 후 배수를 계산했다면 값은 3.06배로 낮아진다. 계산법에 따른 차이가 2배 이상이다.

비교기업을 자의적으로 선정하고, 발행사에 유리한 계산법을 사용하면 공모가를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국가별로 다른 증시 밸류에이션도 고려하지 않는다. 할인률은 주관사 맘대로다. 발행사의 뜻을 반영하지만 형식상 공모가는 대표주관사가 정한다. 주관사는 공모가의 일정비율은 수수료로 받는다. 높을 수록 유리하다.

아무리 주식이 미래가치를 반영하지만, 적어도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한다. 자의적 미래예측을 배제하기 위한 상대평가가 사실상 절대평가와 다름 없다면 그 치명적 오류로 손실을 보는 쪽은 투자자 뿐이다. 제도와 관행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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