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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녹취록·무속인·공천요구 논란까지…바람 잘 날 없는 尹[정치쫌!]
윤석열, 열흘 새 꼬리 문 각종 논란에 ‘몸살’
‘金 7시간 통화’ 방송 공방…한숨 돌린 野
‘건진법사’ 개입 논란…네트워크본부 해체
홍준표 공천요구 논란에 더 멀어진 ‘원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대전 서구 오페라웨딩홀에서 열린 대전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하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말 그대로 숨 가쁘다. 하나의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논란이 터진다. 부인의 녹취록 공개, 무속인의 선거대책본부 개입설, 전략공천 요구 논란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준석 대표와 극적 화해 이후 각종 공약을 쏟아내며 본격적인 정책 행보에 돌입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 모든 논란이 불과 10일새 휘몰아 닥쳤다. 마치 지난 2017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까지 30일이면 조선왕조 500년동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이라고 했던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

폭풍의 시작은 ‘김건희 리스크’였다. 지난 12일 오마이뉴스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방송 보도를 예고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곧 김 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촬영기사 이명수 씨와 53차례 통화한 7시간45분 분량의 녹음파일을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16일 방송한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김건희 7시간 통화’에 쏠렸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김 씨의 통화내용 일부로 추정되는 발언들이 ‘쪽글(지라시)’ 형태로 확산됐다. ‘쪽글’에 담긴 다소 정제되지 못한 표현들은 김 씨의 통화내용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김 씨측과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정치공작”이라며 “의도를 가지고 접근해 사적 대화를 몰래 녹음한 다음 제보한 것은 정상적인 언론 보도의 영역으로 볼 수 없고, 취재 윤리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김 씨측은 곧바로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MBC에 직접 항의방문을 가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지난 14일 김 씨가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수사 중인 사건 관련 발언, 언론사에 대한 불만 표현, 정치적 견해와 관련 없는 사적 대화 등을 제외한 부분의 방송을 허용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환호하며 ‘본방 사수’를 독려했고, 국민의힘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대망의 16일 오후 8시20분. MBC ‘스트레이트’는 20여분 가량을 들여 김 씨의 녹취록을 방송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정치권 ‘미투(성폭력 고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김 씨의 가감 없는 견해가 전파를 탔다. MBC는 오는 23일 2차 방송을 예고하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방송 이후 김 씨의 ‘미투’ 관련 발언 등은 2차 가해 논란 등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방송 내용이 시청자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이 대다수였다. 탐사보도나 문제 지적 등이 없는 단순 녹취록 공개였으며, 오히려 김 씨의 해명 방송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김 씨특유의 ‘털털한’ 어투 등이 오히려 김 씨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민주당으로서는 당혹스럽고, 국민의힘으로서는 한숨 돌린 셈이다.

국민의힘은 MBC를 겨냥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욕설 통화도 방송하라”며 반격에 나섰다.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는 지난 19일 이 후보의 미공개 욕설 파일 160분 분량을 공개하기도 했다.

MBC는 결국 20일 공식 입장을 내고 “취재 소요시간, 방송 분량 등 여러 조건을 검토한 결과 1월 23일 160회에서는 관련 내용을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선 후보와 가족에 대한 검증 보도는 앞으로 MBC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충실히 취재·보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본부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 본부장은 이날 논란의 무속인이 드나든 것으로 지목된 네트워크본부 해체를 발표했다. 이상섭 기자

‘김건희 7시간 통화’의 불씨는 곧바로 ‘무속 논란’으로 옮겨 붙었다. 김 씨의 녹취록이 방송된 다음날인 지난 17일, 세계일보는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 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고문 직함으로 활동하며 후보의 메시지와 일정, 인사에 관여한다고 보도했다. 마침 하루 전 방송된 김 씨의 녹취록 가운데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과 삶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한 발언이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힘은 즉각 “전 씨는 무속인이 아닌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으로, 몇 번 드나든 적은 있으나 고문으로 임명된 적은 없고 선대본부 운영에 개입할 여지도 없다”고 부인했다. 취재진과 만난 윤 후보 역시 “황당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세계일보는 해당 무속인의 딸과 처남이 선대본부에서 일하고 있다고 있다는 보도와 해당 무속인이 지난 1일 여의도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방문한 윤 후보의 등을 툭툭 치며 동선을 주문하는 영상을 추가로 공개키도 했다.

윤 후보는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지난 18일 해당 무속인이 드나든 것으로 지목된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해산시켰다. ‘무속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내 경선 당시부터 ‘손바닥 왕(王)자’, ‘천공스승’ 논란에 휘말린 전적이 있는 윤 후보로서는 민주당이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오방낭’과 엮어 공세에 나서자 해당 논란을 재빠르게 진화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평가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오후 대구 북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참석해 QR코드를 찍고 있다. [연합]

네트워크본부의 빠른 해체라는 강수를 둔 윤 후보는 지난 19일 ‘원팀’ 구성을 시도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당내 경선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과 만찬 회동을 갖고 선대본부 상임고문직을 제의한 것이다. 그동안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경쟁자들이 선대본부에 합류하지 않은 점은 윤 후보의 과제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이에 홍 의원은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 ▷처가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 등 두 가지를 선대본 합류의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했다.

그러나 ‘원팀’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20일에는 홍 의원이 오는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종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의 전략공천을 추천한 사실이 알려지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윤 후보측 인사들은 홍 의원의 공천 추천을 ‘구태’라며 비판했고, 윤 후보 역시 “공천에 관여할 생각 없다. 공정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맡기겠다”며 사실상 홍 의원의 요구를 거절했다.

윤 후보측과 홍 의원 사이 갈등은 21일에도 이어졌다. 홍 의원은 21일 오전에만 4개의 페이스북 글을 연달아 쏟아내며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가증스럽다”, “윤핵관(윤석열측 핵심관계자)들이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몰아가고 있다”, “참 음흉한 사람들” 등의 표현을 쓰며 윤 후보와 주변 인사들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1박2일 충청 일정을 소화 중이던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의원과 다시 소통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홍준표 전 대표님과 나눈 이야기와 그간 사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어쨌든 우리 당이 원팀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데 필요한 일이면 어떤 것이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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