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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연금 대표소송 수탁委 이관은 득보다 실 많아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을 상대로 한 주주 대표소송 제기 권한을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7단체는 정부가 기업들의 반대에도 이 방안을 추진할 경우 가처분소송이나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번 논란은 2018년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의 연장선이다. 안 그래도 국민연금이 충직한 집사 역할을 명분으로 기업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데에 경제계의 불만이 큰 마당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노동계·시민단체 입김이 센 수탁위에 국내 주요 상장사와 계열사 등 수천개 기업에 대해 대표소송을 걸 수 있는 칼자루를 쥐여주게 되면 허구한 날을 소송 대응으로 보내야 한다는 피해의식이 경제계의 거센 반발을 낳은 것이다.

기업들은 주주 대표소송을 대표소송으로 바꾸면 다중 대표소송까지 가능해져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주 대표소송은 지분 0.01%(상장사)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투자기업의 이사나 감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반면 다중 대표소송은 지분 보유 기업의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대해서도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SK텔레콤·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상장사 257곳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0.01%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범위를 넓히면 1000곳이 훌쩍 넘는다. 마음만 먹으면 국내 어느 기업을 대상으로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수탁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져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탁위는 위원장 1명과 위원 8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사용자 추천 3인을 제외하고 근로자 추천 3인, 정부 입김이 강한 지역 가입자 추천 3인이 연합하면 어떤 기업이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구조다.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정치적 의사결정에 따른 편향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다. 연금수익률 극대화라는 목표를 실행하는 데 수탁위가 금융·투자의 최고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본부보다 더 나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전 세계 공적 연금 중 3위일 만큼 막대하다. 일본, 노르웨이, 캐나다 등 해외 6대 연기금 중 기금운용 거버넌스가 정부 소속인 경우는 우리가 유일하다. 다음달 기금운용위에서 대표소송 지침 개정 결론을 낸다고 하는데 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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