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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동소이 대선공약… 베끼기냐 차용이냐 [정치쫌!]
좋은 공약은 ‘공공자산’ 된 대통령 선거
文정부 부동산정책 겨냥 여야‘공급 250만호’
‘내가 원조’ 논란에도 다수 국민 행복하게
허경영, 30년전 모병제 주장·국민배당금 강조… 여가부 폐지도 최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 더숲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책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치고 받는 설전은 있으나 결국 선거 과정에서 좋은 공약으로 평가받은 공약은 경쟁 후보 눈에도 좋아보이기 마련이다. 여기에 대고 ‘그것은 내 것’이라며 원조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용하다. 누가 얼마나 더 좋은 포장으로 ‘OOO표 공약’을 만들어 유권자들에 각인 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대선판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대선 공약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입법까지 완료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대선 공약이었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의 이사회에 노조 대표 등 노동자 대표를 이사로 의무적으로 최소 1명 이상 참여토록 하는 제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 대선 후보가 된 직후 경기지사 시절 해당 제도를 운영해봤던 경험에 비춰 1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완료해 달라고 민주당에 주문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제도 도입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노동이사제에 대해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면서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동이사제에 찬성한다’고 언급했고, 이후 노동이사제는 해를 넘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후보는 회담에서 “표가 노동자들에게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밝힌 바 있다.

대선에 등장한 공약은 결국 누가 더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을 향해 표를 던지게 할 수 있느냐 여부가 ‘성공 공약’이냐 ‘실패 공약’이냐를 나누는 분기점이 된다. 그러다보니 표가 많은 곳에 더 많은 공약이 쏠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포퓰리즘’ 비판에도 불구하고 표가 많은 쪽으로 공약의 집중도가 높아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공약’ 역시 마찬가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공단회관에서 열린 기업협의회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높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는 공급억제와 수요억제를 동시에 폈기에 발생했다는 진단이 끝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든 대선후보들은 공급을 늘리는 방향의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부동산 공급 규모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250만호 공급으로 그 숫자까지 같다. 윤 후보가 ‘재건축 용적률 500%’를 지난해 공약으로 내걸자, 이 후보 역시 지난 13일 ‘재건축 용적률 500%’ 상향 공약을 내놨다.

여야의 대선 공약 베끼기는 양대 정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자신 공학도임을 자처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과학분야 공약에선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안 후보는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 도입과 국가전략기술 확보, 2030년 달착률 프로젝트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 역시 과학기술부총리제와 2030년 달 착륙 공약을 내놨다. 원조 논쟁이 불거진 것은 이 때 부터다.

홍경희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과학기술 부총리 격상, 국가전략기술 확보 및 새로운 감염병 대비 등을 그대로 표절했다”며 “그러나 이념과 진영에 둘러싸인 이 후보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 후보측은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거의 같은 공약을 내놓은 것이 자명하지만, 보기에 따라 안 후보의 공약 완성도가 꽤 높았다는 점을 이 후보 역시 인정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 후보는 이같은 ‘공약 베끼기’ 논란에 대해 의미있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새얼아침대화에서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를 두고 다투기도 하고 표절했느니 뭐라느니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막판에 가면 국민이 원하는 일, 해야 할 일이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이라며 “후보 간 차이는 실행하느냐에서 발생한다. 저는 말한 건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의 공약 가운데 ‘파란’을 일으킨 탈모 공약 역시 원조 논쟁이 뒤늦게 붙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탈모 공약으로 이 후보가 제대로 세일즈를 벌이자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20년 10월 정성규의 ‘워크맨’에 출연해 이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발언 했다”며 “정치권에서는 내가 원조다. 사실 좀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 의원은 연구를 했는데 국회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에서 ‘탈모 건보는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었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자신의 탈모 공약을 정식 공약으로 채택 자산의 마흔여섯번째 ‘소확행 공약’ 리스트에 올렸다. 이 후보는 “탈모인이 겪는 불안, 대인기피, 관계 단절 등은 삶의 질과 직결되고 또한 일상에서 차별적 시선과도 마주해야 하기에 결코 개인적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치료를 받는 환자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의 청년층이고, 남녀 비율도 거의 비슷할 만큼 특정 연령, 성별의 문제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 토목 공약 역시 여야 후보 모두 ‘내 공약’이라 주장한다. 윤 후보는 지난 10일 “인천을 수십년간 단절시킨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추진할 생각”이라며 “약 7~10조원 정도의 비용으로 지하화하면서 지상에 시설들을 구축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면 비용의 상당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1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추진 의사다. 똑같은 공약은 이 후보 역시 내놓았다.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이 후보가 먼저 내놓은 것을 윤 후보가 거의 액면 그대로 공약을 가져다 쓴 사례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는데, 윤 후보는 지난 9일 단문 메시지로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20대 지지를 끌어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병사 월급 인상을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의 소확행’ 공약과 ‘윤석열의 심쿵약속’ 공약 역시 경쟁을 벌이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중대형 공약과 별개로 정책 경쟁을 위해 작지만 관심 높은 정책을 소확행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를 시작으로 어느덧 마흔개를 훌쩍 넘겼다. 대선까지 남은 일정 등을 고려하면 줄잡아 100개에 가까운 소확행 공약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도 올들어 지난 2일부터 ‘석열씨의 심쿵약속’을 선보이고 있다. 이 후보의 소확행과 유사한 생활밀착형 공약들이 대부분이다. 윤 후보는 또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59초 쇼츠’ 영상을 활용하면서 공약 발표 속도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실 ‘공약 원조’ 논쟁에 있어 상당 수 저작권은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 허 후보는 지난 2007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모병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65세 이상 월 70만원 노인 수당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허 후보는 “허경영이 30년 전에 국민들에게 월 150만원 국민배당금, 애 낳으면 3000만원 줘야 한다고 말할 때 나를 미친 사람 취급 안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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