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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50년 바다, 고기 반 플라스틱 반...인간, 매일 ‘카드 1장’ 먹는다
미세플라스틱 섭취량 1주일 카드 1장
30년 뒤엔 ‘한 주에 7장’ 암울한 전망
해양쓰레기 83%가 플라스틱 폐기물
어업 관련 40% 중 스티로폼 부표 27%
정부, 친환경 어구·부표로 전환 서둘러
경남 통영 우도 구멍섬 해안 인근에 버려진 쓰레기들.[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자료]

“인류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내고, 그 빈 자리를 플라스틱 쓰레기로 채우고 있다.”

몇 년 전,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이 ‘육지에서 바다로 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논문을 내며 한 말이다. 논문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480만~1270만톤(t)(중간값 약 800만t)으로 추정된다. 1분마다 15t 트럭 1대 꼴의 플라스틱을 바다에 쏟아붓는 셈이다. 세계 연간 참치 어획량이 약 500만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치를 잡아내고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플라스틱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바다에는 중량 기준으로 물고기보다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주 신용카드 1장씩 먹는 ‘플라스틱 인간’ = ‘고기 반, 플라스틱 반’인 바다에서는 연일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연합(UN)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바다 포유류가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죽는다. 뱃속에 쓰레기가 가득한 바닷새와 고래의 사체가 해변으로 밀려드는 잔혹한 풍경은 예사가 된 지 오래다.

특히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몸에까지 침투하며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1950년대 합성 플라스틱이 대규모로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한 이후 70여년이 지나는 동안 잘게 쪼개져 지구 전역에 스며든 탓이다.

2016년 해수부 용역으로 우리가 즐겨먹는 어류 6종에 대해 미세플라스틱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모든 어종에서 검출됐다. 유럽에서는 조개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연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수는 통계적으로 약 1만1000개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목포대 연구진이 2017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10개월 동안 시판 천일염을 분석한 결과,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100g당 프랑스산은 242개, 국내산은 최고 28개, 중국산은 17개가 검출됐다.

평균적으로 어른 한 명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신용카드 1장 무게인 5g가량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향후 전망은 더 암울해 이 수치가 2050년에는 7장(35g), 2100년에는 50장(250g)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세포막을 통과해 신체기관에 염증을 유발하거나 함유된 독성물질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상업적 어업이 바다 쓰레기 주범... 그러나 =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수는 어업 활동에서 나온다. 해양환경공단이 2018~2020년 해양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모니터링한 결과 83%가 플라스틱 쓰레기였으며,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중 어업 관련 플라스틱이 전체의 40.7%를 차지했다.

특히 스티로폼 부표가 27.2%로 가장 비중이 높다. 스티로폼 부표는 중량 기준 비중은 얼마되지 않지만 부피를 많이 차지하며,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백만개의 스티로폼 부표가 버려진다고 한다. 바다 위에 부표를 띄우고 줄을 매달아 굴을 양식하는 국내 어업 특성상 많이 이용되는 것이다. 어망이나 어업용 밧줄로 쓰이다 버려진 것도 10%에 달한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화제가 됐던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에서도 상업적 어업 활동에 따른 환경 오염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바다쓰레기 중 플라스틱 빨대 비중은 0.03%에 불과한 반면, 46%는 그물이었다. 상업적 어업이 과도하게 번성하면서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평양에 떠다닌다는 대한민국 영토 16배 크기의 ‘거대 쓰레기 섬’(GPCP)도 최소 46%는 어망으로 이뤄져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친환경 어구를 보급해 바다 오염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해수부는 2024년 친환경 부표 100% 전환(누적 5500만개)을 목표로 잡고 올해 2130만개, 내년 3272만개까지 친환경 부표를 보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도 실시한다. 친환경 어구와 부표를 사용한 뒤 가져오면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아울러 육상폐기물의 해양 유입 방지를 위해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강·하천 유역 폐기물 총량관리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2050년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올해 6만7000톤으로 예상되는 해양플라스틱쓰레기 발생량을 2030년 60% 감축한 2만7000톤으로 줄이고, 2050년 ‘제로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어구와 같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 문제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세플라스틱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세섬유나 타이어 분진 같은 경우 어업 활동과 무관함에도 육지에서 하수나 빗물 등을 타고 바다로 배출돼 오염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환경 전문가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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