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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째 영아 유기 감소…낙태죄 폐지 효과?[촉!]
2021년 8월까지 영아 유기 사건 80여건 발생
베이비박스 보호 아기도 2019년 이후 감소 추세
현장에선 낙태죄 폐지와 저출산 기조 등 원인 추정
전문가 “발견 안 된 아이는 없는지 관심 필요”
서울 관악구에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 [주사랑공동체교회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전남 여수에서 미혼모가 신생아를 쓰레기봉투에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해 영아 유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최근 3년간 영아 유기 사건 수는 감소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폐지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영아 유기 사건은 ▷2019년 135건 ▷2020년 107건 ▷2021년 1~8월 80건(잠정치)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6~2018년에 증가 추세던 영아 유기 사건은 3년 전부터 감소세에 들어섰다. 월평균으로 봤을 때 3년 전에는 약 11건이 발생했다면 올해는 7건 정도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는 유기된 두 살 미만의 영유아를 보호하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보호아기 수는 ▷2019년 170건 ▷2020년 137건 ▷2021년 1~8월 83건으로 줄었다. 주사랑공동체가 보호하는 아기 수는 2014년 253명을 2013년 이후 해마다 연간 200명을 넘었다가 2019년부터 100명대로 줄었다.

주사랑공동체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나 경제난, 코로나19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위기상담을 받으시는 분 중 저희가 경제적 지원 등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면 아이를 키우겠다고 마음을 바꾸시는 경우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수 감소도 유기 사건 수 감소의 배경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기를 유기하는 경우 청소년 등 비교적 어린 나이대의 엄마들이 많은데, 청소년들의 숫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유기 사건 수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이번 사건처럼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일은 계속 발생해 사건 자체의 흉폭함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유기 사건 수 감소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피고 영아 유기를 근본적으로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아 유기가 줄어든다는 건 긍정적으로 봐야겠지만 사실 쓰레기더미에 있어 발견되지 않았거나 발견됐어도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신고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통계에 잡히지 않은 아이들은 없는지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임신과 그 이후의 출산·양육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해 미숙하고 충동적인 심리 상태에서 유기를 선택하는 분도 많다”며 “성생활에 대한 책임감을 기르도록 학교에서의 교육은 물론 엄마가 기를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사회가 보듬어서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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