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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확진자 들른 클럽도 오픈”…4단계에도 클러버 몰린 홍대[촉!]
열체크 안 해도 입장 가능…방역수칙 안내 없어
노마스크로 춤추고 내부서 담배 피우기도
영업재개한 클럽은 손님 다 차…대기명단만 5팀
헌팅포차·감성주점도 손님 북적대…호객도 적극
4단계 중 영업가능한 ‘춤 허용 음식점’ 17곳 불과
클럽 등 유흥시설 집합금지…‘방역 사각지대’ 우려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클럽거리에서 일부 클럽이 문을 열고 영업하고 있다. 강승연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김희량 수습기자] ‘불토’(불타는 토요일)였던 지난달 31일 오후 7시40분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A클럽 앞. 해가 지면서 어두워진 거리를 간판의 네온사인으로 붉게 비추고 있던 해당 클럽의 입구는 지하 객장에서 튼 음악 소리로 쿵쿵 울리고 있었다.

신분증 제시와 QR코드 체크인을 통해 확인 절차를 거치고 클럽 안에 들어가 보니, 40평 정도 되는 객장 안에는 이미 30여 명이 들어와 있었다. 2020 도쿄올림픽 축구 경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유지로 한산할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옆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소리의 힙합 음악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10여 명의 손님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동시에 군데군데 ‘노마스크’ 상태의 손님이 눈에 들어왔다.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린 채로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하는 ‘턱스크’ 차림도 적잖았다.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도 서넛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손님들이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춤을 추거나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도 직원들의 제지는 없었다. 출입구 외에 별다른 환기구가 보이지 않았던 클럽 내부는 금세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 20분가량 머물다 나왔지만 옷에 이미 담배 냄새가 짙게 배어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A클럽은 지난달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문을 닫은 인근 클럽 손님이 방문했던 곳이다. 하지만 클럽에 들어갔다 나올 때까지 이런 사실을 알리는 직원이나 경고 문구는 없었다.

이곳에서 2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B클럽도 영업 중이었다. 입장 전 발열 체크를 하거나 흡연을 제지하는 점에서는 A클럽보다 나아 보였지만 객장 출입문을 닫고 있어 제대로 환기가 안 되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벽에는 마스크 상시 착용, 1m 간격 유지, 춤·테이블 이동 금지 등을 알리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위생장갑을 쓴 직원이 붙어 앉지 말라며 의자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하지만 노마스크나 턱스크 상태로 테이블 옆에 서서 춤을 추거나 지인인 듯 보이는 여성 손님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어 안내문을 무색하게 했다. 오후 8시20분께 20명 정도였던 손님은 30분 사이 30명 가까이로 늘어 바를 제외한 모든 테이블이 손님들로 채워졌고, 나란히 붙어 앉아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늘어났다.

오후 9시께 뒷골목의 C클럽은 얼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장기간 자체 휴업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상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예고한 곳이다. 영업 종료 한 시간을 앞둔 ‘피크타임’이었기 때문인지 클럽 안은 이미 최대 입장 인원인 30명을 다 채운 상태였다.

건물 앞에 서 있던 안내 직원은 “나가는 손님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다”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쓰겠냐고 물었다. 명단을 보니 이미 5팀이 클럽 입장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운 좋게 들어간 이들도 2팀이 있었다.

지난달 31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클럽거리의 한 주점 앞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희량 수습기자

기다림이 언제 끝날지 몰라 돌아서서 홍대입구역으로 향하던 중 “놀고 가라”며 적극적으로 호객하는 주점 직원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할 상대를 찾는 곳으로 유명한 헌팅포차나 감성주점은 테이블이 꽉 차 있었고, 클럽과 주점 밖에 나와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4주째 지속되고 있지만 홍대 클럽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업 중인 모습이었다. 특히 4단계 상황에서 클럽 등 유흥시설에 집합 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는 만큼 ‘방역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를 낳게 했다.

마포구는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 운영에 관한 조례’를 두고 있어, 탁자·의자에서 춤을 허용하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면 클럽처럼 운영이 가능하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마포구에서 제출받은 마포구 관내 춤 허용 일반음식점은 지난달 30일 기준 모두 17곳이다. 그러나 이날 홍대에서 문을 연 것으로 확인된 클럽들은 이 명단에 없었다. 되레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유명 클럽들은 집합 금지 명령, 내부 수리 등의 이유로 문을 닫고 있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4주간 전국에서 유흥시설 불법 영업 특별 단속을 펼쳐 방역수칙 위반 391건, 2383명을 적발했다. 지난 1주일간 단속된 인원은 감염병예방법 위반(256명) 등 379명이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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