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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생등록 빨라야 ‘새 환경’ 만들어 주는데…조용히 아이만 두고 가는 ‘베이비박스’[유령아이 리포트〈中〉]
지자체별 유기아동 출생등록 대응 달라
‘빠르게 출생등록될 권리’ 절실 지적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상담사가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의 사진을 찍고 있다. 박현구 기자

2009년 말 서울 관악구에 베이비박스가 처음 등장했다. 갓 태어난 아이만 소리소문 없이 두고 사라질 수 있는 공간은 즉각 논란이 됐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그간 꾸준히 베이비박스 폐쇄를 권고했다. 아동이 부모를 알고 부모에게 양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어쨌든 그건 어른들의 싸움이다. 당장은 베이비박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아이들 입장에서 절실한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빠르게 출생등록될 권리’가 절실하단 지적이다.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는 일단 경찰과 관할 지자체에 유기아동으로 신고된다. 어린이병원에서 건강검사도 받는다. 이후 아동일시보호소로 옮겨진다. 여기서 최장 6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지만, 아이는 많은데 공간은 부족해서 겨우 며칠만 머물다 밀려나기 일쑤다.

일시보호소 이후 아이의 진로는 ▷원가정 보호(복귀) ▷입양 ▷연고자 대리양육 ▷가정위탁(대리양육위탁·친인척위탁·일반위탁·입양 전 위탁) ▷아동복지시설(보육원·일시보호시설) 등으로 나뉜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진로에 관해서 ‘국가와 지자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럴 수 없을 때엔 가정과 유사한 환경(입양·가정위탁)에서 자라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다.

이 원칙이 실현되려면 신속한 출생신고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가족관계등록법(52조 3항)은 부모를 알 수 없는 기아(기아)가 발생하면 시·읍·면의 장이 아동의 성과 본을 창설하도록 했다. 성본창설과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에 이르는 ‘출생등록’ 절차를 빨리 마칠수록 입양되거나 위탁가정을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규정이 지자체마다 제멋대로 적용된다.

서울 관악구(왼쪽)와 경기도 군포시의 베이비박스 모습

지난해와 올해 3월 10일까지 서울 관악구청이 접수한 베이비박스 아동은 모두 112명. 지자체장은 이들에 대한 성본창설을 하지 않았다. 관악구청 노인청소년과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성본창설은 아동을 보호시설이 위치한 관할구청에서 한다. 보호조치를 해서 아이를 일시보호소로 인계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또다른 베이비박스 소재지인 군포시의 대응은 달랐다. 군포시장은 11명의 유기아동에 대한 성본창설 절차를 모두 마쳤다. 같은 베이비박스지만 지역에 따라 지자체의 대응이 달라진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부모가 누군지 몰라서 성본창설이 필요한 경우 지자체 단위에서 빠르게 절차가 이뤄지면 위탁, 입양이 수월한데도 현실적으론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관악구청이 언급한 ‘복지부 지침’이란 아동보호서비스 업무매뉴얼을 의미한다. 이 문건의 ‘유기아동의 성·본 창설을 위한 절차’에는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시설 등의 관할 지자체 담당자는 보호조치 후 즉시 성본 창설을 위한 법원 허가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시설’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해석하기에 따라 베이비박스 아동에 대한 출생등록 대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유기아동에 대한 성본창설은 공공에서 해야 하는 업무는 맞다”면서도 “하지만 관련법에 제한적으로 기술돼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게 정확히 맞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박준규·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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