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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의 날 엄마들 ‘혼란’…맘카페선 “○○유치원 선물 어디까지”[촉!]
청탁금지법 이후 5번째 스승의 날
어린이집·일부 유치원서 선물받아
네이버 맘카페, 13일 하루 고민글 200여건
교사들도 걱정 “차라리 없어지는게 편하다”
“학부모들 자정 필요…편지 문화 만들어야”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1. 네 살 딸을 둔 이모(36·여) 씨는 5월이 되기 전부터 스승의 날 선물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해 스승의 날 때 어린이집에 아이와 함께 쓴 손편지만 들려 보냈다가, 다른 학부모들이 카페 기프티콘, 충전식 카드, 수제 간식 등의 선물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감했던 기억 때문이다. 이씨는 “감사 편지만 썼다가 빈손으로 보내는 것처럼 보일까 봐 올해는 카네이션 모양의 컵케이크도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 김모(34·여) 씨의 세 살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얼마 전 모바일 알림장을 통해 스승의 날 선물과 간식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했다. 하지만 학부모 단톡방에 ‘단체로 선물을 하면 받지 않으시겠냐’는 제안이 올라왔다. 김씨는 부담스러웠지만 찬성하는 다른 학부모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어린이집에서 받지 않는다는 선물을 굳이 나서서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대신 비싸지 않은 간식을 다같이 먹을 수 있게 준비하는 것으로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어린이집,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교사에 대한 금품 제공을 금지하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후 다섯 번째 맞는 스승의 날이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은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른 교원을 적용 대상으로 한다. 원칙적으로 유치원, 초·중·고교 교사에게 선물이 금지된다. 하지만 어린이집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고, 일부 유치원이나 학원에서는 선물을 받고 있어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역 맘카페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이름을 공유하면서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선물하는지를 묻는 고민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한 맘카페에서 어린이집 스승의 날 선물 관련 문의 글을 검색하니, 하루에만 200여건의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선물이 허용되는 어린이집의 경우 금액대도 적잖은 고민거리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두 돌 된 딸을 보내는 A(35·여) 씨는 “지난해 어린이집에 명품 브랜드의 색조 화장품을 돌린 엄마가 있었다는 얘기에 기함했다”며 “나도 비싸서 못 쓰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부담되지만, 혹시라도 아이를 봐 주는 데 차이가 날 까봐 고민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교사들도 이맘때마다 곤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미취학 아동 대상 가정 공부방을 운영하는 B(34·여) 씨는 “괜히 선물을 받았다가 차별 대우를 한다고 뒷말이 나올까 걱정돼 선물은 다 돌려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눈치챌까 봐 그것도 걱정된다”며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어지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고 했다.

결국 학부모 스스로 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들을 따라 선물을 사는 것보다 글로 고마움의 표현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마음을 담은 존경의 편지를 드리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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