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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전 법정서 무슨 일 있었나…판결문으로 본 한명숙 사건[촉!]
박범계 수사지휘로 당시 재판 증인 모해위증 여부 재심의
한명숙 1심 재판부, “김씨 증언 단정적” 판단 근거로 안써
1심은 무죄→항소심, 다른 증거들로 유죄→대법 확정
김씨 기소 무관 유죄 확정판결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안의 당사자는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김모씨다. 김씨가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되느냐에 따라 당시 수사팀의 처벌 가능성도 생기지만, 정작 한 전 총리 사건은 다른 여러 증거들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사안이어서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전날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에게 김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판단하라고 지휘했다. 앞서 대검이 지난 5일 김씨를 비롯해 모해위증교사 의혹 등이 제기된 당시 수사팀 검사 등 관련자들에 대해 혐의없음 취지로 결론을 냈는데, 이를 다시 심의해보란 것이다. 김씨의 공소시효가 오는 22일까지인데, 만일 김씨가 기소될 경우 공범이 되는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멈추게 된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김씨가 한 전 총리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위증을 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법원이 여러 가지 물증을 비롯한 증거들을 근거로 유죄 판단을 한 기록이 나타나 있다.

김씨는 한 전 총리 1심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나왔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준 것으로 지목된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사망) 씨의 수감 동료였던 김씨는, 또 다른 동료 재소자이자 증인으로 나온 최씨와 검찰 측에 유리한 증언을 내놨다. 한씨가 검찰 수사 때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가 재판에서 ‘돈 준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이러한 한씨 번복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한 전 총리 1심 판결문을 보면, 김씨 등은 한씨가 2010년 4월 동료 재소자 여러 사람 앞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제공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고, 그해 5~6월부터 검찰 진술에 후회한 모습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또 8·15 특사가 좌절되자 구체적으로 진술을 번복할 계획을 세우고 진술 번복을 준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와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한씨의 검찰 진술이 신빙성이 높고, 법정에서 번복한 진술이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을 판단 근거로 삼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김씨 등은 특별한 근거없이 동료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서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한씨의 9억원 제공 진술이 진실이라고 단정적으로 진술해 오히려 그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한씨의 진술이 번복된 점 등을 이유로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한 전 총리가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판단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한씨 진술 번복과 별개인 다른 증거들로 한 전 총리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본 셈이다.

김씨의 진술은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도 판단 근거로 삼지 않았다. 김씨의 위증여부가 한 전 총리 사건을 뒤집을 변수가 되지 못하는 셈이다. 반대로 유죄 판결한 항소심 재판부는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근거로, 한 전 총리 동생이 사용한 수표를 들었다. 한 전 총리 동생은 2009년 2월 전세금 잔금 1억8900만원을 임대인에게 지급했는데 여기에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줬다는 1억원짜리 수표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 한씨가 직원을 통해 관리한 회사 비자금 장부에 2007년 지출 기록들이 있는데, 이 직원이 별도 작성한 채권회수목록 등에 ‘의원’, ‘한의원’ 등 표시와 함께 ‘2007. 3. 30. 3억 원 지급, 2007. 8. 20. 2억 원 지급, 합계 5억 원’이라고 기재된 점도 유죄 증거가 됐다. 자금 조성 내역 중 일부와 일치하는데 이 서류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작성돼 있었다는 것이다.

한씨가 한신건영 부도 충격으로 2008년 2월 입원했는데, 같은 날 한 전 총리가 연락을 받고 직접 병문안을 다녀왔고, 이튿날 한 전 총리 보좌관이 현금 2억원을 한신건영 운전기사에게 전달한 점도 유죄 증거로 쓰였다. 이 돈이 전달된 직후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전화해 31초간 통화했고, 20분 뒤 한 전 총리가 한씨에게 전화해 30초간 통화한 기록도 남았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맞다고 보고 2015년 8월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을 확정했다. 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은 한씨의 검찰 진술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1심 판단이 옳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하지만 한 전 총리 동생 전세자금으로 나온 수표 부분은 증거를 인정했고,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3번에 걸쳐 준 정치자금 중 해당 수표가 나온 3억원 전달 부분은 입증이 됐다고 봤다. 즉, 당시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관 모두 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선 유죄 판단을 한 셈이다. 다만 9억원 수수를 유죄로 보고 상고를 기각한 대법관 8인의 판단이 대법원의 최종 결론으로 남았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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