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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더불어’ 빼고, ‘미래’ 빼고, ‘통합’ 빼고, ‘국민’ 빼고

남는 게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더불어’를, ‘미래통합당’에선 ‘미래’를, ‘민주통합당’에서 ‘통합’을, ‘국민의당’에서 ‘국민’을 빼고 나니 말이다.

집권여당은 ‘더불어’의 창당정신을 어디에 뒀나 싶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 속 단 한 문장에 화들짝 놀라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가 만만치 않은 역풍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글의 논지와 맥락에 눈감고, ‘거두절미’한 글귀 하나 뽑아내 문제삼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낙연 전 총리를 제외하고는 이해찬 당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묵묵부답이다. 민주당의 열성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사과 한 마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언론·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배반하고, 야당 시절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하던 과거 보수 집권세력의 행태를 답습하는 꼴이다. 단순히 말뿐만 아니라면 ‘더불어’라 할 때는 더 많은 계층과 더 많은 색깔, 더 많은 목소리를 포용하겠다는 뜻이었을 텐데, 지금으로선 그저 ‘문재인 지지자와 함께’라는 행태로 밖에는 안 보인다.

정권이 바뀌어도 ‘주어’만 달라질 뿐 여와 야의 행태는 그대로인, 한국 정치 특유의 ‘미러링’은 ‘미래통합당’에서도 반복된다. 보수·중도의 통합을 표방하며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이 합쳐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고는 하나, 면면이 3년 전의 새누리당이다. 백번 양보해 흩어졌다 다시 모인 것을 ‘통합’이라 해도 당명에 담은 ‘미래’의 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싶다. ‘정권심판’ ‘정권의 폭정’ 등 현 집권세력의 야당 시절 구호같은 전투적 수사만 난무하지, 미래의 비전은 찾기 힘들다. ‘반(反)문재인’이라는 기치도 빈약하다. 현 정부의 실정과 대중의 실망을 혐오와 증오의 언어로 번역했을 뿐, 보수의 이념을 혁신해 스스로 유능한 대안세력이 되겠다는 결기도 실력도 안 보인다.

거대 여야뿐 아니라 소수정당들의 이합집산에도 마땅한 비전이나 혁신적 다양성을 찾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엔 ‘호남 기반’이라는 것 이 외의 어떤 공동의 가치가 있을까. 각 당의 규모로 보나 정치 지향으로 보나 ‘통합’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국민의당’이라고 다를까. 여기엔 원래 ‘국민’이 없었고 ‘안철수’만 있었다. ‘안철수신당’이 안되니, ‘국민의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으니 말이다. 안 전 의원 말대로 민주당과 통합당, 두 양당 체제로는 ‘안된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그러면 ‘되는 것’은 무엇이라는 것인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실체가 없거나, 있어도 요령부득이다.

‘더불어’를 빼고, ‘미래’를 빼고, ‘통합’을 빼고, ‘국민’을 빼고 남은 것이 없어도 ‘남는 장사’는 해야 되겠으니 귀결되는 것은 ‘기득권의 거래’다. 민주당은 ‘친문 지지자들’의 엄호 밖으로 나설 생각이 없고, 통합당은 비례위성정당의 꼼수로라도 의석수를 지키고자 한다. 제명과 탈당, 합당 논란으로 어지러운 호남3당과 안철수계 사이에서는 의석수 주판알 튕기기만 요란하다.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들은 ‘남는 장사’를 하기는 틀린 것 같다. 그래서 더 두 눈 부릅뜨고 정치 ‘바람잡이’와 ‘야바위꾼’들을 걸러내야 할 것이다. ‘본전’이라도 챙기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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