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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너무 너그러운 농림장관의 ‘안전관’
[헤럴드경제 = 홍승완 기자]“0.1%의 문제도 없다고 판단해 검역중단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5일 광우병 문제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여러차례 이 말을 반복했다. ‘왜 법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물론 ‘미국 쇠고기를 믿을 수 있나’, ‘미국 판단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 아니냐’는 모든 질문에 “국민 안전에 문제가 없다”란 답을 내놨다.

하지만 서 장관의 답변을 믿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전국의 육류 도매시장이나 소고기 식당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일부 대형마트는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 상태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이틀새 미국산 소고기 판매량이 40% 정도 줄고, 대신 한우가 5~6%, 호주산이 34~35% 정도 더 팔렸다고 한다.

광우병 당사국인 미국내에서도 “광우병 표본조사 숫자가 전체두수의 1% 수준에 불과해 신뢰하기 힘들다”고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조차 “축산물 이력제 실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농식품부 내부도 사실 비슷한 분위기다. 서 장관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고 답했지만 24일 오전 주한 미국 농무참사관이 다녀가기 전까지만 해도 농식품부 분위기는 분명 ‘검역 중단’이었다. 같은날 관련 실무자들의 회의 과정에서도 검역 중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0.1%의 문제도 없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서 장관이 일반 국민들에 비해 훨씬 유연하고 너그러운 ‘안전관(安全觀)’을 가진게 아닌가 싶다.

“독서와 운동은 억지로 시간을 내서 해야한다”는 말처럼, 정부에게 있어 ‘국민 안전’은 억지로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행정 목표다. 항상 만일의 사태를 생각해야하고, 행여 있을지 모를 일들에 대해서도 대비해야하는 게 국민 안전과 관련된 분야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의 3대 방향 가운데 하나로 ‘녹색성장’이나 ‘국격재고’를 버리고 ‘안전하고 건강한 국민생활’을 포함시킨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은 크게 늘어날 일이 없을 것 같다. 지금같은 장관의 안전관이라면 웬만해선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일이 발생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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