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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KTX 민간개방 정치화할 일 아니다
2015년 개통하는 서울 수서 출발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도(KTX) 민간 개방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국토해양부는 총선 이후로 미뤘던 사업제안요청서(RFP)를 최근 공개하는 등 일정 추진에 박차를 가하지만 정치권의 제동이 심하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반응이 냉담하다. 특히 “보완책을 마련해 19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언급에 정부는 맥이 빠질 지경이다. 이런 속도라면 상반기 사업자 선정 차질은 물론 개통 시한을 제대로 지킬지 걱정이다.

KTX 민간 개방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은 민영화는 철도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고 정권 말기 이명박 정부가 재벌에 특혜를 주려 한다며 정치쟁점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등 야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따져 논란을 증폭시키고, 총선과 대선이 맞물리자 새누리당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은 철도 민영화 문제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이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정치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논리로 풀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철도노조와 야권이 주장하는 민영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KTX를 비롯한 철도망은 국가 기간시설로 어떠한 경우에도 민영화할 수 없다. 고속도로와 항만ㆍ공항 등의 국가 시설을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지금까지 코레일이 독점했던 그 시설을 민간에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자는 것이다. 코레일은 현재 운송 수익의 30%가량을 선로이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업자가 들어오면 40% 이상으로 올려 받아 투자비 회수가 한결 수월하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철도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적어도 15% 이상의 요금 인하는 물론 획기적 서비스 개선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철도노조와 코레일은 펄쩍 뛸 일만은 아니다. 변화의 흐름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철도 운영에 관한 한 코레일은 엄청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당당히 경쟁 대열에 합류하면 새로 참여하는 민간 기업보다 훨씬 좋은 경영성과를 거둘 수 있다. 차제에 방만한 코레일의 경영을 혁신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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