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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 〈3〉 큰바늘꽃(Epilobium hirsutum L.)
국내에선 살 곳이 위태로운 위기의 꽃, 큰바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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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태복원실)


국내에선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고 귀한 대접을 받는 생물종인데, 전세계적으로 볼 때 흔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북미 지역에선 유해식물로 지정된 경우도 있다. 큰바늘꽃(Epilobium hirsutum)이 그렇다.

큰바늘꽃은 유라시아대륙의 습지나 수변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국내에선 삼척시, 속초시, 청송군, 울릉군에서 제한적으로 자라는 희귀식물로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2)이다.

울릉군 서식하는 큰바늘꽃은 주두(암술머리)의 형태적 차이점을 들어 2017울릉바늘꽃Epilobium ulleungsis)으로 신종 발표되었다. 큰바늘꽃의 주두(암술머리)는 깊게 갈라지는 데 반해, 울릉바늘꽃의 경우 갈라짐이 덜해서 뭉툭한 열십자() 형태를 띈다.

습지를 선호하여 주로 하천, 도랑, 습지 가장자리에 서식한다. 높이 2까지 자라며 줄기는 굵고 곧게 자라고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전체적으로 풍성하게 자란다.

꽃은 7~8월에 연한 홍색으로 피고 줄기나 가지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핀다. 바늘 모양으로 달리는 열매는 8~10월에 성숙한다. 열매 안에는 털이 달린 미립종자가 빼곡이 들어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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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늘꽃 자생지 모습(국립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큰바늘꽃은 물가나 습지를 선호한다. 장마 또는 강우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 일시적으로 물에 잠기는 환경에서 큰바늘꽃은 굵고 실하게 2정도로 자라고 풍성한 꽃을 피워낸다.

종자 대량 확보가 쉽고 발아율이 높아서 종자 번식이 용이하다. 종자로 번식할 경우, 8~10월경 성숙한 열매를 따서 종자망(또는 세탁망, 양파망)에 담아 바람이 잘 통하는 반그늘에서 2~3일간 말린다.

열매를 건조하는 동안 후숙이 진행되며, 열매 봉합선이 벌어지면서 털이 달린 미립종자가 드러난다. 말린 열매를 망에 담은 채로 비벼주면 꼬투리, 털과 종자가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이 때 망사주머니의 눈(그물코) 크기를 1.5정도로 하면 미립종자만 빠져나온다. 분리된 종자는 늦가을에 바로 직파하거나, 봉투에 담아 냉장(1~4)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 3~4월경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된다.

파종 후 발아초기에 세균성 입고병(마름병 또는 모잘록병)이 발생하기 쉬운데, 살균제를 뿌려준다.

커다란 잎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는 시기에 배추벌레가 잘 꼬이며, 환기 불량시 잎 뒷면에 흰가루이가 잘 붙는다. 주기적인 살충체 살포를 통해 배추벌레, 흰가루이에 대한 효과적인 방제를 기대할 수 있다.
포기나누기, 줄기삽목, 뿌리삽목 모두 가능하다.

지하부 뿌리뻗음이 좋아서 뿌리를 통한 대규모 군락 조성이 용이한데, 봄이나 가을에 땅속을 기는 굵은 뿌리를 2~3마디로 잘라서 뿌리삽목 하면 좋다. 줄기삽목은 꽃이 달리기 전 5~6월에 하면 뿌리가 잘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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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늘꽃 발아 모습(국립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원예·조경용

생육조건이 적합한 환경에서는 무성번식(뿌리줄기가 땅속에서 옆으로 뻗으면서 여러 줄기를 대나무처럼 땅 위로 올림)을 통한 대규모 군락 조성이 용이하고, 전체적으로 풍성한 꽃이 달려서 관상가치가 높다.

호수, 공원 등 환기가 양호한 수변환경에서 군락을 조성하면 좋다.

키가 높이 자라므로 5~6월경 줄기 끝부분을 적심(생장중인 식물의 줄기 또는 가지의 선단 생장점을 잘라주어 가지 수를 늘려서 꽃, 열매가 풍성하게 달리도록 함)하면 아담한 키에 풍성한 꽃을 기대할 수 있다.

식·약용

큰바늘꽃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썩은 살을 제거하고 새 살을 돋게 한다.

그래서 골절, 타박상, 종기, 화상, 월경과다 등에 이용한다. 민속식물학 문헌에서는 바늘꽃류 어린 순을 식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삼척시, 청송군의 경우, 큰바늘꽃이 하천이나 개울 한켠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자리잡고 있다.

큰 물난리가 나거나, 자생지 주변 개발로 인해 한 순간에 서식지가 사라질 수 있다. 해마다 꽃을 찾는 수많은 야생화 애호가들의 발길로 자생지에 갈래갈래 길이 나고, 답압으로 인해 땅이 점점 더 단단해지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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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늘꽃 열매(국립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울릉도의 경우 자생지가 2곳이었는데, 최근 공항 건설의 여파로 호텔이 들어서면서 자생지 한 곳이 통 채로 콘크리트 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한 곳은 임도변 도랑가에 자리잡았는데, 개체수가 너무 적고 인간으로 인한 교란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위태로운 큰바늘꽃(울릉바늘꽃)이다.

울릉바늘꽃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현지외 보존이 잘되어 있다. 종자는 종자영구저장시설 씨드볼트(Seed Vault)에 대량으로 저장되어 있으며, 대량증식된 개체들은 전시원에 잘 자리잡았다.

삼척, 영덕 등에 위태롭게 자리잡은 큰바늘꽃에 대한 현지 보존, 대체서식지 조성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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