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특허를 출원하면 특허청의 심사를 거친다. 그러나 그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나중에 그 특허에 대한 무효 심판이 청구되면 처음보다 훨씬 더 깊고 집요한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특허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특허만 믿고 큰소리치다가 큰 코 다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원래부터 특허는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술 공개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특허를 출원할 때부터 최대한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 변리사에게 등록절차를 맡기면서 무조건 싼 곳만 찾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허울만 멀쩡한 빈 껍데기 특허를 받기 십상이다. 중요한 특허라면 청구항 하나하나를 ‘한 땀 한 땀 정성껏’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바둑돌이나 특허권보다 더 극적인 것이 있다. 바로 상표권이다. 상표는 자기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만든다. 즉, ‘출처의 식별’이 핵심 기능이다. ‘오인’이나 ‘혼동’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그런데 오인이나 혼동 가능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많다. 등록상표라고 마음 놓고 있다가 하루 아침에 취소당할 수 있다. 등록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상표 관리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상표권은 특허권이나 디자인권보다 훨씬 강력하다. 맥도날드, BMW,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생각해보자. 게다가 상표권은 10년씩 무제한 갱신할 수 있다. 특허권이나 디자인권은 존속기간이 20년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멋진 단어라고 해서 다 상표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상품의 보통 명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상표법 제6조 제1항 제1호)’는 등록할 수 없다. 쉽게 말해서, ‘사과,’ ‘자동차,’ ‘책’ 같은 단어는 상표가 될 수 없다. 이런 보통 명사를 특정인이 상표로 등록해서 독점·배타적으로 사용하게 허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플(Apple)’은 상표인가? 애플은 상표가 아니라 ‘상호’ 즉 회사의 이름이다. 애플의 상표는 ‘Apple이라는 단어(표장)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한 입 베어 문 사과 그림,’ ‘iPhone,’ ‘iPad’ 같은 것들이 애플의 상표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상표법 제6조 제1항 제4호)’도 등록할 수 없다. 지명 또한 누군가에게 독점 사용을 허락할 수는 없는 말이다.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만으로 된 상표(상표법 제6조 제1항 제6호)’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SK, LG, GS 등은? 그들은 단어만으로 돼 있지 않다. 글자와 그림이 합쳐진 상표들이다.
이동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