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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박물관에서 확인하는 살기좋은 땅, 판교
교통의 요지이자 생활에 적합한 지형
[헤럴드 분당판교=황정섭 편집장]생각보다 작은 박물관이었다. 운전하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정도였다. 별 기대없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로 들어갔다. 그러나 내부에는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여느 박물관과는 달리 대부분의 전시장이 고분 유적지였다. 돌방무덤. 흔히 한자음을 따서 석실묘로 불리고 있는 이 무덤군은 관람통로로 서로 이어져 있었다.

◇한성백제 시대에 큰 마을 형성 추정
총 11기 무덤 중 9기는 한성백제의 돌방무덤이고 2기는 고구려 돌방무덤이다. 이중 한성백제의 5호 및 6호 돌방무덤은 박물관 야외공원에 현지보존하고 그 밖의 한성백제와 고구려 돌방무덤은 인근 판교동과 삼평동에서 박물관 전시장으로 이전복원했다. 특히 이들 무덤은 규모나 토기, 은제 팔찌 등 부장유물로 볼 때 귀족층의 무덤으로 추정됨에 따라 이곳 판교지역에 한성백제와 고구려 시대에 꽤 큰 마을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백제 1호 돌방무덤은 백제-고려-조선의 무덤이 켜켜이 있어 백제 이후 현재까지 마을을 이루고 살았음을 방증해준다.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생활유물 발굴된 곳
그 뿐 아니다. 1층의 유물전시장에는 판교지역에서 출토된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생활유물들이 망라되어 있어 이곳이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풍수지리적으로도 북쪽으로 청계산 등이 찬바람을 막아주고 주변에 탄천 등이 흐르고 있어 생활하기에 매우 적합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조선시대 교통의 요지이자 봉화대 설치 지역
조선시대 후기의 대표적 지도인 대동여지도를 보면 판교지역이 부산과 한양을 연결하는 간선도로인 영남대로 상에 위치해 있고 이 도로가 양재를 거쳐 한강도(漢江渡, 현 한남동)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판교지역은 도성(都城)에서 삼남으로 내려가는 첫 유숙지이자 삼남에서 도성으로 올라올 때도 마지막으로 유숙하던 곳이다. 수원에서 경기도 광주로 이어지는 간선도로도 이곳을 지나간다. 이 두 길을 지나가는 낙생은 주점과 여관이 설치된 역참(驛站)이 있었다. 적어도 조선시대에는 판교지역이 교통의 요지였음을 보여 준다. 특히 청계산 줄기의 판교지역에 위치한 천림산에는 봉화대가 설치되어 있어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임을 말해 주고 있다.

◇역사적, 지리적, 사회적 내공 깊은 자긍심 높은 땅
따라서 판교는 최근 갑자기 ‘살기 좋은 곳’이 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빛을 보지 못했을 뿐 원래 살기 좋았던 땅이 재개발되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역사적, 지리적, 사회적으로 내공이 깊은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은 ‘살기 좋은 지역’이라는 자긍심에 더 큰 날개를 다는 일이다.

●이 글 중 조선시대 부분은 민덕식 '조선시대의 판교 연구(향토서울 제83호 2013년 2월, 서울특별시시사편찬위원회)'를 참조했다.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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