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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국 하인리히 왕자, 받으시오” 고종의 선물 재탄생
한국문화재재단, 독일에 준 선물 특별전시
갑옷·투구 등 전승자들 정밀고증 재현,제작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897년 10월 12일, 고종황제는 대한제국 수립을 선포하고 초대 황제로 즉위했다. 2년 뒤인 1899년 6월, 독일제국 황제 빌헬름 2세의 동생인 하인리히 친왕이 대한제국을 국빈 방문한다.

독립신문 1899년 6월 10일자 ‘금지 옥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덕국 친왕’을 영국 여황(女皇)의 외손이고 돌아가신 덕국제국 황제의 아들이며 지금 덕국황제의 동생이라고 소개한 내용이 실려 있다.

덕국(德國)은 ‘덕이 있는 나라’라는 뜻의 독일을 이르던 말이며, 친왕(親王)은 황제의 아들이나 형제를 지칭한다.

고종황제가 독일 왕실에 준 선물 재현품
고종황제가 독일 왕실에 준 선물 재현품

고종황제는 13일간의 국빈 방문에 신속하고 정연한 의전을 통해 제국으로서의 위엄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갑옷·투구 등을 비롯한 선물을 하사했다. 이 갑옷·투구 등 고종의 독일에 대한 선물을 그대로 재현한 것들이 국민에게 선보인다.

한국문화재재단은 포르쉐코리아의 지원으로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와 함께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 국외소재 전통공예품 재현 사업 특별전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을 오는 20일부터 7월 2일까지 덕수궁 덕홍전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당시 고종황제가 하사한 선물 중 대표적인 갑옷·투구·갑주함(갑옷과 투구의 보관함) 3종을 재현한 작품이 전시된다. 재현 작품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0인의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재현 작업에 참여하여 완성했다.

1899년 6월의 국빈 방문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10인의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124년 전 고종황제가 선물한 갑옷과 투구, 갑주함을 새롭게 재현 제작했다.

작품 재료에 있어 여건상 현재 구할 수 없는 경우, 다른 재료로 일부 대체되었으며, 갑옷 안감의 경우는 원래 작품에 맞는 문양을 재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등 자문단과 제작에 참여한 장인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도전이 이어졌다.

하인리히 왕자에게 준 선물 중 하나인 갑주함 재현작품을 작업 중인 국가무형문화재 두석장 박문열 보유자
갑주함

갑주함 제작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칠장 정수화 보유자, 두석장 박문열 보유자, 경기도무형문화재 소목장 권우범 보유자가 참여했으며, 갑옷과 투구 제작에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입사장 이경자 보유자와 이유나 이수자, 국가무형문화재 침선장 박영애 전승교육사와 입사장 전수자 등 7명의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참여했다.

재현작품들의 원본은 독일 로텐바움 세계문화예술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10년전 이 작품들의 현지조사를 진행했던 김영재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을 비롯하여 신탁근 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장,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 박가영 숭의여자대학교 교수, 임소연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전통공예품 재현 사업은 지난해 독일 명품 자동차회사 포르쉐코리아의 지원으로 시작되어 올해 그 결실을 맺으며 총 지원 금액은 2억 8000만원이다. 전시회에 출품된 전시 작품 3종은 전시가 끝난 후에는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에 기증된다.

포르쉐코리아는 이번 프로젝트와 더불어,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와 보유단체를 대상으로 총 3000만원의 전승지원금을 한국문화재재단을 통해 전달하기로 했다. 이번 지원 대상자로는 국가무형문화재 대금산조 이생강 보유자, 가곡 김영기 보유자, 망건장 강전향 보유자, 악기장 김현곤 보유자 등 4명과 북청사자놀음보존회가 선정됐다.

이번 전시에는 재현 제작된 3종의 작품과 작품이 재현되기까지의 제작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고종황제의 명에 따라 장례원에서 작성하여 시행한 ‘덕국친왕영접의’의 기록을 토대로, 대한제국 시기 국빈 방문에 대한 의전 내용도 포함했다. 전시의 오디오 도슨트에는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고종황제 역으로 출연했던 이승준 배우가 참여했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고종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승준

장례원(掌禮院)은 궁중의식·조회의례(朝會儀禮)뿐만 아니라 예조에서 장악하고 있던 제사와 모든 능·종실·귀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던 관서로 1895년(고종 32년)에 신설됐다.

덕국친왕영접의는 독일제국 친왕의 국빈 방문 시 영접을 하기 위한 일종의 계획 문서로, 세부 일정에 따른 업무분장이 기록되어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한독수교 140주년을 맞이하여 열리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당시 신속하고 정연한 의전으로 고종황제가 도모하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자주적인 외교노력과 한국과 독일의 오래되고 돈독한 문화교류사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은 무료(덕수궁 입장료는 별도)이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문화재단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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