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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균관 스캔들’ 송중기 패션, 권위와 섹시 두 토끼 잡기
한국국학진흥원 ‘조선멋쟁이’ 집중 분석
조선후기 여성패션 에로티시즘으로 변화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한복을 입고 나왔던 구용하(송중기 분) 등 조선 멋쟁이들은 마치 현대 여성이 섹시한 하이힐과 스커트를 입듯이, 권위와 에로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힘겨운 ‘패션 완성’의 과정을 거쳤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년)의 송중기 한복 패션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년)의 송중기 한복 패션

▶두통 유발 망건과 묵직한 패영이 있어야 조선의 패션 신사= 한국국학진흥원이 7일 펴낸 웹진 6월호 ‘조선 멋쟁이’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의관 정제로 품격을 완성했고, 여성은 물론 남성의 시선까지 끌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면서 패션에 공을 들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년)에선 유생 구용하(송중기 분)가 시종 여유로운 웃음과 재치를 보이지만, 실상 송중기 처럼 하려면 고통을 참고, 짐짓 여유로운 척, 언행을 ‘정제’해야 했던 것이다.

진흥원의 이민주 박사는 멋에 담긴 아픈 속내를 보여주었다. 관례를 올린 남성에게서 가장 큰 변화는 상투이다. 상투를 트는 머리 모양과 망건, 갓 등에 들이는 남성들의 노력과 그 결과인 멋에는 상당한 통증이 동반되었다고 한다.

상투를 튼 후에 두르는 망건은 본래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동여매는 용도였으나 멋쟁이들은 망건을 어찌나 단단히 맸는지 망건을 풀고 나면 이마의 위아래가 0.3cm 정도 파여 자국이 남을 뿐 아니라 상처가 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피가 흥건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편두통에 시달렸는데, 관자놀이 주변의 빠져나온 머리카락을 망건 속으로 밀어 넣기 위한 용도인 살쩍밀이로 망건 속에 밀어 넣어 망건을 슬쩍 들어 올리면 잠시 편두통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챙이 넓고 젖혀지거나 얹어진 모습의 갓. 신윤복 ‘청금상련’(간송미술관·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외출할 때 반드시 착용하는 갓은 조선 후기로 갈수록 총모자가 위로 좁아졌으며, 양태는 어깨를 넘을 정도로 커졌다. 머리가 총모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모정이 좁아져 갓은 머리에 쓰기보다는 얹어 놓는 수준이어야 멋쟁이였다. 얹어 놓는 수준의 갓은 가벼워서 끈이 없으면 날아가거나 넘어가기 쉬웠기에 끈은 필수였고, 가슴 밑까지 패영을 늘어뜨려 멋을 냈다. 패영은 주로 수정, 마노, 유리, 상아, 대모, 대갓 등으로 장식하기에 그 값이 꽤 나가 사치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성적 욕망의 발현과 남성 권위에 대한 도전= 김소희 교수는 ‘조선 후기 여성 복식에 표현된 욕망의 의미’라는 논문에서 조선시대 여성들의 욕망과 가치 실현을 복식 표현을 통해 살펴본다.

신윤복의 ‘미인도’ 속 여성이 입은 저고리 소매는 밀착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치마는 부풀릴 대로 부풀려진 ‘상박하후(上薄下厚)’ 실루엣이다.

김교수는 “기생들을 중심으로 유행한 둔부(臀部)를 강조한 이러한 스타일은 남성들의 정복욕을 자극하는 한편 양반가 여성들은 기생의 이러한 패션을 모방했다”면서 “부부간이면서도 주종관계로 군림하는 남편들을 다른 여인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사대부 여인들이 자신의 여성성을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의 표현으로 신분적 지위, 자존감을 스스로 해체한 것”이라고 했다. 요즘의 ‘걸 크러쉬’ 여성들이 동의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당시로선 일리 있어 보이는 분석이다.

미인도 [간송미술관]

조선 후기 새로운 유행을 주도한 기생들의 복식은 양반집 규수들과 서민 부녀자들에게까지 동시대 여성들의 에로티시즘을 불러일으키며, 신분을 초월하여 여성 복식 전반과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다.

▶유니섹스 장옷= 조선 후기 들어 남성 장옷이 양반 부녀자는 물론 서민 부녀자들에게까지 외출 시 내외용 쓰개로 쓰였다. 이는 당시 유교 이념을 거스르는 일종의 사회 반란으로 남성 권위에 대한 도전이면서 성차별적 신분을 해체하고 남성과 동등해지고자 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웹진 중, 최흥원(崔興遠)의 ‘역중일기(曆中日記)’에선 조선의 성인식인 관례 후 ‘자신만의 멋’을 시도하느라 소동을 벌인 모습이 드러난다.

‘조선 힙스터 허초희의 짧고 혹독했던 이승 체험’에서는 여성해방의 문인 허난설헌의 삶에서 모티브를 딴 뮤지컬 ‘난설’의 주인공 허초희(許楚姬)를 통해 남장한 채 세상 구경을 해야만 했던 그녀의 애환을 담았다.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 웹진 담談 6월호에 가면, 기사에 못 다 쓴 이야기가 잘 나와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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