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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세빈 “청순가련 아닌 불륜녀? 오히려 배우로서 확장의 좋은 기회였다”
‘닥터 차정숙’에서 새로운 모습 보여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명세빈(48)이 성숙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고교생 딸을 둔 46세 가정의학과 최승희 교수를 자연스런 연기로 소화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기존의 청순가련형 이미지와는 다른 불륜녀였다.

명세빈은 최승희를 삼각관계속 악역이라 할 수 있지만, 단순히 평면적인 빌런이나 악녀 스타일이 아닌 섬세한 캐릭터로 만들어내, 최종회 18.5%로 올해 최고 시청률을 올린 드라마 JTBC ‘닥터 차정숙’의 인기를 견인했다.

“제가 승희 역할을 해서 좋았다. 불륜녀, 내연녀라는 안타까움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역할을 시도해봤다. 식당에서 만난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며 승희를 밉게만 보지 않았다. 물론 승희를 밉게 보시는 분도 계시지만 디테일하게 보신다는 걸 알았다. ‘승희가 말도 안돼’라고 하시면 제가 어려웠을텐데, 1차원적으로 해석되지 않고, 이해되는 면이 연민으로도 연결된다는 반응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불륜녀 최승희가 시청자로부터 이해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명세빈의 세밀한 연기 외에도 치밀하게 짜여진 전사(前史)도 있다.

최승희와 서인호(김병철)는 의대 재학시절 첫사랑이다. 그런데 인호가 예과 1학년 때,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정숙(엄정화)과 갑작스레 결혼했다. 승희는 이들과 엮이지 않으려고 미국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던 중, 학회 일로 미국에 온 인호와 재회해 딸 은서(소아린)를 낳아 기르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승희는 전국 12개 종합병원을 소유한 의료 재벌가의 딸이었으나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는 등 결핍이 많은 여성이다. 그 결핍과 상처를 인호에게 풀었다. 그러니까 인호에게는 소울메이트 같은 감정이 있다.”

명세빈은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은서가 ‘왜 낳았냐’고 묻자 ‘너가 너무 보고싶어서’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울컥한 시청자들이 있을 것이다.

명세빈은 “평생 내 편이 될 수 있는 아이를 낳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최선을 대해 아이를 키우고, 결핍을 충족시키며 아이의 정체성을 찾아나가야 되는데...승희의 순간 선택이 잘못된 건 있지만 나쁘지만은 않다”면서 “나와 은서(소아린)가 촬영할 때, 정말 둘밖에 없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래도 자신을 힘들게 만든 서인호가 뭐가 좋아서 계속 관계를 지속해야 했을까. 게다가 서인호는 두집살림을 차려놓고도 생각보다 욕을 덜먹었다.

“김병철 씨가 캐릭터를 심각하게 풀고싶지 않다고 하셨다. 연기자로서 고민을 많이 했겠지만, 코믹 요소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다. 두 여자의 사랑을 받는 마성의 남자, 가부장적인 면과 우유부단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런 게 답답할 것 같은데 나쁘지는 않았다.”

명세빈은 ‘종이학’(1998), ‘결혼하고 싶은 여자’(2004), ‘웨딩’(2005) 등에서 청순하거나 도시적 세련미를 잘 보여주었고, ‘부암동 복수자들’(2017)까지 꾸준하게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청순가련형을 연기해야 하나? 다양한 연기를 하고싶었다. 캐릭터는 악한 것, 선한 것, 이기적인 것 등 다양한데, 좋은 쪽으로만 바라봐주는 것은 좀 그랬다. ‘닥터 차정숙’은 제가 배우로서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전제작이고, 지금껏 해오던 대본이 아니어서 겁이 나기도 했지만, 일차원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고 뭔가 플러스가 될 수 있도록 나름 노력했다.”

명세빈은 “캐릭터 확장에 대해 만족하는지”를 물어보자 “좀 더 악한 것도 하고싶다. 소심한 악당도 좋고, 누군가를 계획해서 작전을 꾸미는 치밀한 보스도 좋다”고 말해 다양한 캐릭터 소화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었다.

명세빈은 이번 작품에서도 절절한 엄마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아이가 없지만, 고교생 딸과의 관계를 더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실제 그런 딸을 둔 엄마만큼은 감정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승희라는 역할이 전문적인 색깔이 강하고, 아이가 성장해서 좋았다. 아이가 성장할 때 느끼는 그 감정은 이해할 수 있으니까.”

명세빈은 역할의 경험이 하나하나 쌓여져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모두 연결된다. 색깔이 쌓여져 빛을 발한다.

“‘다시, 첫사랑’(2016)에서 소리치는 연기가 있는데, 이번에도 좀 더 자연스럽게 나왔다. ‘태양속으로’(2003)에서 외과 전문의 역할을 해봐서인지, 전문직 의사를 더 자연스럽게 봐 주시는 것 같았다. ‘부암동 복수자들’때에 느껴본 적이 있는 소소한 복수의 쾌감도 이번 연기에 도움이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포인트가 쌓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세빈이 엄정화와 찍는 장면은 항상 싸우는 신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최고의 케미를 만들어냈다. 명세빈은 이를 엄정화 덕으로 돌렸다.

“우리끼리, 잘난 여성 두 명의 인생을 망치려는 인호에 화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못 벗어나는 게 인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엄정화 언니와 싸우는 신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항상 기도했다. 언니도 크리스찬이다. 서로 싸우면 감정이 남아있게 되는데, 언니가 그 감정을 최대한 받쳐주었다. 정화 언니는 성격이 너무 좋다. 너도 잘되고, 나도 잘되자는 주의다.”

명세빈은 “엄정화 언니가 병원에서 사람들에게 ‘남편은~, 죽었어요’라고 했을때 빵빵 터졌다. 작가 선생님이 고민하고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화 언니가 인호 뺨을 때리는 것도 재밌었다”고 말했다.

명세빈은 “결말에 대해서도 만족한다. 병원 경영에 도전하는 승희도 자체 성장하지 않나? 마지막에도 승희 자체의 변곡점이 나왔다”고 했다. 정숙을 좋아하는 미남 의사 ‘로이 킴’(민우혁)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에는 “정신 차려”라고 단문으로 답했다.

명세빈은 작품이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중년이 되어서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신기한가 보다. 청순한 이미지를 탈피해서 얻어낸 인기여서 더욱 소중한 듯 했다.

“모자 쓰고 다녀도 어린 친구들이 다 알아보더라. 가게 직원이 ‘명세빈 씨 아니세요’라고 물었다.”

명세빈은 집에만 있지 않는다. 하루에 한 번은 나와야 하는 활동족이다. 생각 전환,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운동하고, 책 읽고. 친구들과 야외도 많이 간다.

그는 꽃을 디자인하는 플로리스트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배우, 두가지 예술을 하고 있는데, 생활 패턴에서 창의적인 영감의 원천을 잘 마련해두고 있는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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