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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윤의 현장에서] 벼린 검, 허공에 휘두르는 꼴 피해야

“(지난 1년의 성적에 대해 자평한다면) A, B는 아니고 C+입니다. (사상 첫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나 금융회사 내부 탈법행위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취임 1년을 맞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은 사뭇 비장했다. “과거 경험이 있으니 불공정거래 등 이슈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쉽게 생각했다”는 ‘반성문’을 두고는 주가조작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금융위원회, 금감원, 한국거래소, 검찰 등 소위 ‘시장 감시 4대기관’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주가조작 의혹 핵심 세력에 대한 구속수사와 증권사에 대한 고강도 조사,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제도를 개선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첫 단계다. 인력을 대폭 증원한 금감원이 투자설명회·유사투자자문업자 등에 대한 적극 단속에 돌입한 것은 구체적인 움직임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과징금 2배 부과 ▷주가조작자 최대 10년 거래 금지 및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주가조작 혐의 계좌 즉시 동결 등 자본시장법 3단계 입법에도 최대한 빠르게 나선다는 계획이다.

소를 훔쳐 간 도둑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물론 ‘소 잃고 고치는 외양간’이지만 새로 들이는 소만큼은 기필코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 있는 걱정이 지워지지 않은 이유는 금융당국과 검찰이 휘두를 칼날이 향하고 있는 자본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과거 라임·옵티머스 사태 당시에도 금융당국과 검찰이 칼날을 ‘반짝’ 휘둘렀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자본시장 선진화·새 금융기법을 통한 산업육성’이란 미명 아래 규제완화로 이어져왔다”며 “자본시장 교란 사태가 일정 시차를 두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최전선에서 시장 감시 역할을 맡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이번 주가조작 사태의 징후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시장 감시기구의 칼날이 이미 진화된 수법으로 주가세력들이 한탕 다 털어먹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린 텅 빈 공간에서 바람만 가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자신만만했던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의 과거 발언을 반면교사로 삼아 과할 정도로 촘촘하게 주가조작세력을 막아낼 그물망을 짜야 한다.

실질적 방지책을 마련했다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것은 바로 범죄자들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감형 없는 150년형, 중국의 1조원 규모 벌금 등 주가조작에 나서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 지금 자본시장 교란세력을 막기 위해선 ‘중·마·꺾’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주가조작세력들의 마음을 꺾는 것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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