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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증금 못내준다” 최고조 달한 역전세 갈등
전셋값 하락에 감액계약 속출
집주인-세입자간 첨예한 대립
고령층 임대인 “내줄 돈이 없다”

#. 임차인 A씨는 최근 시세를 반영해 3억원가량 감액한 금액으로 전세를 연장하기로 임대인과 구두 협의했다. 하지만 최근 임대인이 대출 규제를 이유로 이 금액을 내주기 어렵겠다고 말해 난감해진 상황이다. 연금생활자인 임대인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1금융 대출이 제한적인 상황에 놓여 어쩔 수 없이 감액 보증금을 당장 보낼 수 없다고 전해온 상태다. A씨는 “감액 연장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다 세웠는데 어떻게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집값이 30억이 넘는데 3억 대출도 안 나온다는 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관련기사 3면

전셋값 하락으로 곳곳에서 감액 전세 계약이 속출하자, 반환 보증금을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실랑이도 늘어가고 있다. 이는 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이 임대인으로 있는 주택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연금으로 생활을 해오거나 소득이 적어 DSR 규제로 인해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1억원 이상 대출에 대해 DSR 규제를 도입하면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게 규제해 오고 있다. 소득이 적거나 없는 이들은 충분한 자산이 있어도 대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고령 임대인들은 2금융, 심지어 3금융 시장까지도 두드리고 있다. 실제 고령의 임대인 B씨는 감액 전세 계약으로 인해 보증금을 1억원 넘게 돌려줘야 하는데 DSR,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에 걸려 2금융권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B씨는 “전세퇴거자금 대출이라도 규제 없이 나오면 세입자를 내보낼 텐데 이또한 여의치 않아 보증금 감액분을 구하고 있다”면서 “대출이 정 나오지 않을 경우 세입자의 전세 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는 안도 제안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설사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임대인이라도 임차인이 거주하는 상황이라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기도 쉽지 않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을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임대인은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집주인 C씨는 “감액 전세를 체결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세입자 동의 없이 후순위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최소 7~8%를 훌쩍 넘더라”면서 “이자 부담이 심한 데다 2년 후에 전셋값이 돌아올지도 미지수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런 보증금 반환 갈등이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역전세 시한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전세 가구 2곳 중 1곳이 역전세 가구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역전세 가구들은 올 하반기에 28.3%(29만호), 내년 상반기에 30.8%(31만6000호)가 전세 기한이 만료된다. 매매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되는 깡통전세 비중은 각각 36.7%, 36.2%로 예상된다.

이미 통계적으로도 감액 계약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22일까지 신고된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갱신 계약 10건 중 4건은 감액계약이며, 감액 평균 금액은 1억원대였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감액 전세 비율은 지난 3월부터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 감액폭은 서울이 1억1803만원으로 가장 크고, 경기 8027만원, 인천 7045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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