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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빌린 돈 22% 부실화 우려”...‘좀비기업’ 퇴로 열어야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 부채 부실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꼽았다. IMF는 29일 아시아 지역의 기업 부채에 대한 보고서에서 2021년 3분기~2022년 2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의 부채가 전체 기업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국가별로 집계했다. 집계 결과, 한국은 이 비율이 22.1%로, 주요 12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31.1%)·태국(28%)·중국(25.8%)·인도네시아(22.7%)는 한국보다 높았고, 베트남(18.3%)·일본(15.8%)·홍콩(7.8%)·싱가포르(6.6%)·호주(6.3%)는 우리보다 낮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이면 기업이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기업들이 차지하는 부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저금리시기 대출을 크게 늘린 산업군이 우려스럽다. 한국은행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지금의 기준금리(3.5%)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경우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일부 기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 미분양과 원자잿값 급등에 시달리고 있는 부동산과 건설 부문은 가장 취약한 곳이다. 부채비율이 재무 위험 수준인 300%를 넘어 빨간불이 들어온 건설사가 1년 새 두 배로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지방의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물론 IMF의 통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나라마다 산업의 특성이 다르고 경기회복 시 기업 부채는 선투자를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작용해 시장을 선점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한국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첨단 제조업 비중이 크고 환율에 민감한 무역의존형 경제구조라는 점도 참작해야 한다. 위기 과장에 따른 경기 냉각은 경계해야 한다. 문제는 올해 경제 전망이 애초 ‘상저하고(上低下高)’에서 ‘상저하저(上低下低)’로 바뀔 만큼 어두워지고 있는 데다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분위기여서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것이라는 데 있다.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은 내수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한국 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이 많으면 금융 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을 망가뜨려 멀쩡한 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고 경제 전반의 역동성과 생산성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연명에 급급하는 부실 기업을 정책금융을 써 살려놓고 보는 식으로는 밑 빠진 독에 세금 붓기다. 옥석을 가리되 부실을 자르는 과단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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