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개최되는 세계적인 권위의 ICT 전시회에서는 주제와 슬로건을 내세운다. 기술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지난 연초에 개최됐던 CES의 경우 주제가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였다. 기술혁신의 전시장에서 인간 안보를 주제로 캠페인을 하는 것이 다소 생소하지만 지속 가능성, 디지털헬스 등 최근 주목받는 기술의 트렌드를 생각하면 인간 중심 기술혁신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중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 기술혁신이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을 가졌다면 이제는 인간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혁신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식량안보적 측면에서 완전자율 트랙터, 물 공급용 지능형 파이프로봇과 의료 서비스로서 스마트 웨어러블 청진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그래픽장치 등은 큰 의미가 있다.

기술전시회 트렌드가 첨단 기술혁신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도 초점의 대상이다. 물론 사람 간 연결성을 보장하는 것도 인간 안보 관점에서 중요한 기술혁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이슈이기도 한 운송·모빌리티, 메타버스·웹3.0, 게이밍·서비스는 사람 간 연결성을 보장해주는 기술혁신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비대면을 통한 사람 간 연결에는 디스플레이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스플레이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람 간 연결성을 보장하기에는 많은 부족함이 있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의 기술혁신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모바일, TV 등 전통적인 응용 분야에서는 점진적인 기술혁신이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차량용, 게이밍,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XR), 입체 등 신흥시장 분야에서는 치열한 기술혁신이 경쟁 중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신 디스플레이 관련, 주요 시사점과 트렌드를 요약해본다,

첫째, 폴더블·슬라이더블 융합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고휘도 대형 OLED 디스플레이 등 전통 분야에서의 기술혁신이 지속되고 있다. 폴더블·슬라이더블 융합, 양방향 슬라이더블 등 완성도 높은 중소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기술과 휘도와 색 재현력이 향상된 대형 OLED 디스플레이기술 등이 일반에 선을 보인다. 이러한 기술은 스마트폰, 노트북, TV 등의 제품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둘째,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디스플레이 또한 차량용, 게이밍,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등 연결성 확대를 위한 새로운 응용 분야 발굴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셋째, 꾸준하게 진행되는 메타버스 기술혁신을 들 수 있다. 가상·증강현실기기를 위한 더 가볍고 얇으면서 화질과 광학 특성은 개선된 디스플레이들의 출현으로 시장경쟁을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이제 실리콘 반도체 기판은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혁신의 장이 되고 있다.

넷째, 입체 디스플레이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사실감 극대화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입체 디스플레이로의 진화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동안의 기술혁신은 대중에게 만족을 주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제 다양한 접근방법의 기술혁신이 제시되면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인류는 둘러싸고 있는 환경, 그리고 나 자신을 그대로 표현하고 다시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망이 있다. 이러한 욕망을 만족시켜줌으로써 사람 간 연결성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디스플레이의 기술혁신은 더욱 인간 중심으로 지속돼야 할 것이다.

이정익 ETRI 초실감메타버스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