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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빠지는 약인 줄 알았더니” 많이 먹으면 영혼까지 털립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 중 하나인 일명 '나비약' [경남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의원 가보신 분? 대기 많이 길까요?”

실제 한 커뮤니티에 언급된 글이다. 서울 구로구 소재 이 의원은 문을 열자마자 환자가 몰아치는 ‘오픈런’으로 유명하다. 이 의원의 인기 비결은 식욕억제제 처방.

서울 종로구 B의원, 충남 보령시 소재 C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의원들은 암암리에 식욕억제제를 쉽게 처방해준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쇄도하는 의원으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이들이 처방한 식욕억제제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료용 마약류에 해당된다는 점. 그리고 이들 의원은 식욕억제제를 쉽게 과다처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의료용 마약류는 과다복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일부 식욕억제제는 필로폰과 유사한 구조까지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살 빼러 찾았다가 마약에 중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식욕억제제 성분 중 하나인 펜터민 [헤럴드DB]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A의원 등 5곳에서 식욕억제제 과다처방 및 병용처방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의원에서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고시인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사유’는 성분명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암페프라몬, 마진돌 등을 3개월 초과, 2종 이상의 병용 처방 및 투약 등을 오남용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식욕억제제 관련 전문가 의견을 참고해 과다처방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경찰청에 수사의뢰 될 예정이다.

식욕억제제 오남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식약처·의약품안전관리원이 발표한 ‘식욕 억제제 처방 현황’은 2019년 2억5054만개, 2020년 2억5370만개, 2021년 2억4495만개 등에 달한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식욕억제제 처방 의원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굳이 품을 들이지 않아도 A의원 등 5곳도 쉽사리 검색된다.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문의 글들. [포털사이트 캡쳐]

문제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과다처방 할 경우 마약 중독과 같은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입마름, 불면증, 어지러움, 두근거림, 불안감, 신경과민 등이다.

장기 복용하면 정신신경계 부작용으로 우울증, 성격 변화, 약물 의존성,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폐동맥 고혈압, 빈맥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의약계 관계자는 “펜터민의 경우 필로폰으로 유명한 메스암페타민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펜터민을 복용한 사람이 불면을 호소하는데 이는 뇌를 흥분시키는 도파민, 노르에페네프린 등 분비량이 늘면서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식욕억제제를 포함한 마약류 의약품을 과다처방 하는 의원의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식욕억제제 등 부적절한 처방으로 경고를 받은 의사만 3957명에 이른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인들이 식욕억제제 등을 손쉽게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의료용 마약류 처방 모니터링도 중요하지만, 단속과 처벌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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