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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자비한 어획 ‘죽음의 방아쇠’...불편한 진실은 침묵” [H.eco포럼 2023]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감독 알리 타브리지
상업어업이 바다 파괴...대형어류 90% 멸종
돌고래 학살 취재하다 ‘검은 연결고리’ 추적
“아이들에게 엉망이 된 자연 물려줄까 걱정”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감독인 알리 타브리지 [알리 타브리지 제공]

지난 50년간 전 세계 야생동물의 70%가 멸종됐다. 같은 기간 바닷속 대형 어류는 90%나 사라졌다. 공룡이 멸종한 이후에 동물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사라진 건, 현 세대가 처음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냐고요. 답은 간단해요. 우리는 사랑이 부족해요. 타인을, 지구를,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는 법을 잊었어요.”

알리 타브리지는 202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 감독이다. 그는 영화에서 상업 목적의 어업이 어떻게 해양 생태계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지 낱낱이 고발했다. 러닝타임 89분간 씨스피라시가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도 단 하나다. 지속 가능한 어업은 없다는 것.

씨스피라시는 개봉 직후 전 세계 넷플릭스의 10대 영화로 기록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 출신의 폴 매카트니부터 시작해 미국프로풋볼(NFL) 최고 선수 톰 브래디, 한국 배우 신애라 등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씨스피라시를 봐야 한다’고 추천했을 정도다.

알리는 오는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3회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에 연설자로 참여, ‘바다를 지키기 위한 솔루션’을 주제로 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알리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씨스피라시 제공]

▶죽어가는 바다...무자비한 어획이 방아쇠 방겼다=씨스피라시가 개봉되고 2년이 지난 지금, 알리는 두 아이들의 아버지가 됐다. 알리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확실히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꾼다”라며 “아이들에게 얼마나 엉망이 된 자연을 물려주게 될지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씨스피라시 개봉 이후 해양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를 체감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일부 나라에서는 해양보호구역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면서도 “다만 상업 어업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변화를 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450만척이 넘는 상업 어선들이 바다 물고기를 무차별적으로 포획하고 있다”라며 “인간은 이러한 ‘살상기계’를 멈출 만큼 행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스피라시는 환경문제 논의에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질문을 남겼다. 그동안 상업 어업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물코가 촘촘한 그물을 사용해 바다 밑바닥을 끌고 다니면서 어린 물고기까지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이는 저인망 어업이 1년간 없애는 바닷속 면적만 1600만㎢에 달한다. 매년 사라지는 숲의 면적(10만㎢)의 160배다.

촘촘한 그물코로 제작된 대규모 어망이 바다에서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모습. [씨스피라시 제공]

알리는 “씨스피라시가 마침내 ‘더러운 산업’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고, 해양수산업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연구자나 환경단체, 그리고 어업 관계자가 이를 정말로 싫어했다”라며 “씨스피라시 내용을 문제삼는 사람들도 정확히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터뷰 과잉 편집, 일부 통계 수치 오류 등으로 씨스피라시는 개봉 당시 일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알리는 “단 하나의 표기 오류는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영화의 메시지를 깨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바다는 죽어가고 있고, 상업 어업이 방아쇠를 당기는 주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인간이 눈 감으면 죽음뿐...희망의 불꽃 잊어선 안 돼”=알리도 상업 어업의 실상과 폐해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 시작은 사소했다. 고래를 사랑한 알리는 바다를 지키기 위해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식기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학살을 취재하면서 그의 여정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씨스피라시는 일본 수산기업이 포경하는 이유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참치를 더 많이 잡아들이기 위해서라고 전한다.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학살 장면. [씨스피라시 제공]

알리는 환경단체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산 대기업과 손잡은 환경단체를 끈질기게 추적했다. 플라스틱 위협을 경고하는 환경단체가 정작 상업 어업의 규제에는 침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알리는 지적했다. 그는 “이는 불편한 진실이 맞다”라며 “이와 관련해 저 또한 지나치게 많은 힘을 ‘소진(burnouts)’해 버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페르시아 시인이 한 말을 인용하며, 거듭 생명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상에는 추한 것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그것에 눈을 감아 버리면, 세상은 죽음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해요.”

한편 알리는 인간, 동물, 생태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표를 가진 디스럽트(Disrupt) 재단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씨스피라시를 잇는 또다른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중이다. 그는 비건이며,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반대한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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