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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관람 신났죠?” 이 쓰레기들은 어쩌시려고 [지구, 뭐래?]
잠실야구장 경기가 끝난 후 분리배출함에 쌓인 쓰레기들. 김상수 기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이거 어떻게 버려?” “늦었어. 대충 버리고 와.”

지난 주말 서울 잠실야구장.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통 옆으로 한 커플의 대화가 들렸다. 그러곤 승리를 만끽하는 응원가를 부르며 출구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버린 비닐봉지 안엔 음식물 찌꺼기, 일회용컵, PET병, 캔 등이 뒤섞여 있었다.

경기장은 곧 텅 비었다. 사람은 사라졌고, 쓰레기는 남았다. 많이. 이젠 미화원의 시간이다. “저기부터 여기까지 자네가 해.” 분리배출은 없는 쓰레기산, 이 중에서 캔, PET병 등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건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잠실야구장 경기가 끝난 후 분리배출함에 쌓인 쓰레기들. 김상수 기자

프로야구 열기가 뜨겁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운동경기이기도 하다. 프로야구처럼 뜨거운 팬심의 스포츠도 없고, 프로야구만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스포츠도 없다.

약 보름 전. 프로야구 전 구단은 ‘1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선언했다. 일회용품을 안 쓰고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것.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잠실야구장 경기가 끝난 후 분리배출함에 쌓인 쓰레기들. 김상수 기자

경기가 끝난 후 곳곳에 마련된 쓰레기통. 분리배출 표시는 의미가 없었다.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분리수거를 하는 것 자체가 엄두 못 낼 지경. 관중이 나간 후 미화원들은 좌석에 남은 쓰레기를 치우는 데에 정신이 없었다.

한 미화원은 “시간 내에 처리하려면 그냥 다 쓰레기봉투에 넣을 수 밖에 없다”고 손사래 쳤다. 이미 꽉 찬 쓰레기봉투들 속엔 재활용 가능한 품목들도 수없이 많았다.

경기가 끝난 후 좌석에도 남은 쓰레기들이 곳곳에 버려져 있다. 김상수 기자
경기가 끝난 후 좌석에도 남은 쓰레기들이 곳곳에 버려져 있다. 김상수 기자

“딴 건 몰라도, 음식물 쓰레기만이라도 따로 버려달라고 해요. 치우는 사람도 좀 생각해야지.”

이렇게 일단 쓰레기봉투에 담긴 쓰레기들은 구장 밖 별도 처리시설로 모인다. 이 곳에서 다시 쓰레기를 꺼내고 다시 직접 손으로 PET병, 캔 등 재활용 가능한 품목을 골라낸다. 경기장 관계자는 “안내 방송으로 분리배출을 해달라고 수시로 요청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진 않는다”고 전했다.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한 해 전국 스포츠시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6176t) 중 35.7%(2203t)이 야구장에서 나온다. 이 쓰레기 대부분은 먹고 마시는 일회용품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식음료에서 일회용품만 줄여도 야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것.

허구연 KBO 총재가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진만 NC 다이노스 대표이사, 김인석 LG 트윈스 대표이사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지난 4월 18일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자발적 협약을 통해 1회용품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캔 음료를 구매할 때 제공하던 일회용컵을 없애는 식이다. KBO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 해 동안 야구장에서 쓰인 일회용컵은 400만개로 추정된다. 일회용컵만 안 써도 연간 400만개의 일회용컵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각 구단은 경기장 내 식·음료 판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까진 시범사업 수준이다. 이번 협약 역시 자발적 협약으로 의무사항이 아니란 점도 한계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다회용기를 일부 적용한 구장도 있고 다른 구장도 시범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응원도구로 쓰이는 막대풍선은 현재 경기장에서 사용 금지돼 있는 품목이다. 김상수 기자
응원도구로 쓰이는 막대풍선은 현재 경기장에서 사용 금지돼 있는 품목이다. 김상수 기자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바로 응원 막대풍선. 막대풍선은 개정·공포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작년 11월부터 경기장에서 사용 금지된 품목이다. 올해 11월부턴 과태료도 부과한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장엔 가득했다. 안타, 삼진이 나올 때마다 막대풍선이 마치 노란 파도를 일으키는 듯 했다.

일단 홍보부터 부족하다. 막대풍선을 쓰는 관중들에게 금지 품목임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절대 다수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여전히 경기장 앞에선 상인들이 막대풍선도 팔고 있었다.

김상수 기자

제도 상 허점도 있다. 정확히 따지면, 경기장에서 공식적으로 막대풍선을 파는 것만 금지돼 있다. 즉, 경기장 밖에서 상인이 파는 건 문제 없다. 개인이 소지하고 가져와도 문제 없다. 여전히 막대풍선이 가득한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도 이미 모든 구단이 공식 판매점에서 막대풍선을 팔진 않고 있다”며 “향후에도 구단 등과 함께 계속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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