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입장문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연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빙방문과 한미정상회담, ‘워싱턴 선언’에 대해 비난하면서 향후 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면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다그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한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연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워싱턴 선언’을 비난하면서 향후 도발 감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논평에서 “(한미가) 앞으로도 ‘확장억제력 제공’과 ‘동맹 강화’ 명목 밑에 반공화국 핵전쟁 책동에 계속 집요하게 매달리려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국가가 현재와 미래의 우려스런운 안전환경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논평은 윤 대통령을 ‘역도’로 칭하면서 “역도의 미국 행각은 우리가 더욱 강해지고 더욱 철저히 준비되기 위해 조금도, 단 한순간도 주저하거나 멈춰서지 말아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한미가 새로운 확장억제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고,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를 늘리는 ‘정례적 가시성’을 증진하기로 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논평은 ‘워싱턴 선언’을 “대조선 적재시정책의 집약적 산물”이라면서 “이번처럼 세상에 내놓고 우리를 핵공격대상으로 지명하고 핵전략자산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조선반도 전개를 노골적으로 쪼아박은 전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공격시 ‘정권종말을 초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서도 “입에 담지 못할 광정인 망발”이라면서 “전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한 주권국가를 절멸시키겠다는 폭언을 내뱉으며 범죄적인 압살야망을 조금도 숨기지 않은 것은 희세의 깡패국가, 악의 제국 미국만이 감행할 수 있는 포악무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의 미 국빈방문에 대해서는 ‘대양 건너 미국에 대한 행각놀음’,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도발행각’, ‘위험천만한 핵전쟁행각’으로 폄훼했다.

논평은 “윤석열 괴뢰역도의 반민족적이고 대미굴종적인 행태는 남조선을 미국의 핵전쟁화약고, 전초기지로 전락시키고 있다”면서 “조선반도(한반도)는 물론 지역의 안전과 이익까지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역시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 조작과 미 핵전략자산들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전개와 빈번한 군사훈련으로 해 지역의 군사정치정세는 부득이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으며 결과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며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김 부부장은 또 “우리는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며 “저들이 핵전쟁연습에 광분할수록, 조선반도 지역에 더 많은 핵전략자산들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핵 억제력의 ‘제2의 임무’는 상대방의 예상되는 핵반격 및 핵보복을 우려해 핵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핵 억제력 본연의 임무와 달리 핵공격 징후시 선제 핵공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권종말’ 발언에 대해서도 “자기 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도 할 수는 있겠다”며 원색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처럼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정적인 행동’을 운운하며 군사적 억제력 강화를 공언한 만큼 향후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의 향후 도발과 관련해서는 이미 준비를 마친 7차 핵실험 감행을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 고체연료 ICBM 추가 시험발사,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종 준비를 다그친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