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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받자마자 쓰레기” 몸까지 해치는 종이 영수증 꼭 써야 해? [지구, 뭐래?]
[헤럴드DB]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옷 환불하러 갔더니 종이 영수증 없어서 안 된대요. 신용카드랑 구매 메시지를 보여줘도 소용없었어요.”(39세 주부 P씨)

“아이 닌텐도가 고장 나 AS 하려고 했더니 구매할 때 받은 종이 영수증 가져오라네요. 이걸 1년 동안 보관하라니.”(40세 직장인 K씨)

“회사에서 종이 영수증으로 증빙하니까, 돈 쓸 때마다 영수증 챙기는 것도 일이에요.”(34세 직장인 L씨)

1년에만 12만 그루. 우리가 쓰는 종이 영수증 때문에 사라지는 나무의 양이다.

우리가 한 해 발급하는, 정확히 말하면 한 해 동안 버리는 종이 영수증 쓰레기는 약 128억개.

그리고 대부분 종이 영수증은 받자마자 쓰레기다. 그런데 왜 우린 여전히 종이 영수증을 쓸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수증 발급 여부를 선택할 수 없는 노후 단말기, 환불·수리·증빙 등에서 여전히 고집스레 종이 영수증을 고수하는 사각지대.

그리고, 무심결에 종이 영수증을 주고받는 문화. 사실 종이 영수증은 몸에도 해롭다. 생각해보면, 몸에 해로운 쓰레기를 주는 셈이니, 손님 요구 없이 주는 영수증은 오히려 화를 내야 할 대상이다.

[독자제공]

환경부에 따르면, 한 해 발급되는 종이 영수증은 128억 건으로, 이 종이를 만들고자 나무 12만 그루가 베어진다.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2만2000t에 달한다. 이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 영수증을 발급하게 되면 1건당 약 3g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탄소배출이 거창하다면 그냥 건강만 생각해도 된다. 종이 영수증의 환경호르몬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영수증은 감열지(화학물질을 표면에 발라 열을 가해 색을 내는 종이)다. 영수증 표면엔 비스페놀A가 있다.

서울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트 근무 계산직원의 체내 비스페놀A 농도가 업무 전보다 업무 후 2배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페놀A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성분으로, 당뇨병이나 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절대 맨손으로 종이 영수증을 만지지 마라”고 경고한다.

한 중소기업 회계를 담당하는 A씨는 서랍에 종이 영수증이 빼곡하다. 여전히 회사가 각종 비용 처리 증빙에서 종이 영수증을 쓰기 때문이다. 종이 영수증을 챙기고, 보관하고, 이를 다시 A4 용지에 붙여야 한다. A씨는 “전산화로 시스템을 바꾼 뒤에도 ‘감사 등에 문제 생길 수 있다’며 일단 모아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1년 가까이 보관하는 영수증도 수두룩하다. 글씨가 지워진 영수증을 보면 ‘다 내 몸으로 갔나보다’ 생각이 든다”고 했다.

수리나 환불에서도 여전히 종이 영수증을 요구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작은 가게는 물론, 프랜차이즈형 업체들도 다르지 않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종이 영수증 없인 세부 구매 내역을 알 수 없으니 환불해줄 수 없다”고 했다.

무상수리엔 종이 영수증을 요구하고, 일부 비용을 지불하면 종이 영수증이 필요없는 업체까지 있다.

[독자제공]

POS 등 신용카드 단말기도 최근 제품은 종이 영수증 발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제품은 결제 때마다 무조건 종이 영수증을 발급해야만 한다.

정부도 종이 영수증 감소 차원에서 전자영수증 사용을 유도하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를 운영 중이다.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받으면 100원을 적립할 수 있는 포인트제다.

[탄소중립포인트제 홈페이지]

전자영수증 활성화를 유인하는 제도인데, 단점이라면 개별 업체의 앱을 또 깔아야 한다는 데에 있다. 참여사 대부분도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에 집중돼 있다. 참여사도 제한적이다.

리필스테이션에서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를 애용한다는 P씨는 “가깝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처럼 많이 쓰진 못했을 것”이라며 “더 많이 사용처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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