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칼럽 한국 첫 개인전 〈산호섬 그 너머〉 전시전경. 2023, 호리아트스페이스 [이한빛 기자] |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화려한 색감의 기하학적 형태가 먼저 눈길을 끈다. 세포의 분열장면, 빛이나 행성처럼도 보인다. 추상작업이라고 하기엔 구체적 형태가 밟히고, 명확한 레퍼런스를 떠올리기엔 모호하기만 하다. “무엇을 봤을 때 명확하지 않은 형태가 좋다”
체코의 현대미술가 얀 칼럽(Jan Kalab)의 첫 한국 개인전 ‘산호섬 그 너머’(Beyond the Atolls)가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레지나갤러리와 공동주최로 열린다. 얀 칼럽은 15세부터 체코에서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해왔다. 청소년기엔 동서독 통일이 이뤄지는 등 유럽의 정치적 격변기 였다. 1989년 체코의 공산정권이 붕괴하며 국경이 개방됐고, 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얀의 예술가적 감성을 깨웠다.
친구들과 함께 게릴라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2002년 체코 최고 권위의 프라하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그래피티의 형태와 콘텐츠 관계를 연구하고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작가는 그래피티의 핵심을 순발력과 작업량으로 규정하며, 작가의 현재 작업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체코 현대미술작가 얀 칼럽 [이한빛 기자] |
전시엔 유선형과 비정형 캔버스를 유기적 형태로 설치한 작업들이 나왔다. 회화나 조각으로 경계짓기 힘든 설치작업들은 보는 시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산호초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 ‘산호섬 그 너머’라는 제목처럼 물 속 어딘가 신비스럽게 숨어있는 보물같은 생명체를 떠올리며 작업했다. 겉으로 볼 때는 알 수 없는,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며 탐험하는 꿈을 꾸는 것을 생각했다”
기하학적인 그래피티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조각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그에겐 이 모든 것이 그래피티의 확장이다. 자신이 방문한 도시의 풍경을 담는 사진작업 ‘아트 인 퍼블릭’에서도 현지에서 캐스팅한 모델들은 그의 작업을 들고 선다. 이동하는 그래피티인 셈이다. “내 작업을 보고 생물학적 형태나, 거시적 우주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변화하는 형태의 과정일 뿐이다. 작품 자체가 얼마나 많은 우주 본질을 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얀 칼럽의 작품은 회화적 질감의 완벽성과 다중적 시각에서 바로본 공간의 여백이 동시에 충족한다. 그가 선보이는 추상의 관문을 통해 더없이 평화로운 휴식과 편온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6월 10일까지.
얀 칼럽, Jilly Dawn Jellyfish 423, 2023, Acrylic on relief canvas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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